[40雜s]103만원짜리 방탄복, 우리 해병은 못 입나

머니투데이 김준형 부국장 2016.03.0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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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 상륙훈련, 미군은 방탄조끼에 야간투시경 달린 헬멧인데…

편집자주 40대 남자가 늘어놓는 잡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도 여전히 나도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40대의 다이어리입니다. 얼마 안 있으면 50雜s로 바뀝니다. 계속 쓸 수 있다면...

 2016 한·미 연합상륙훈련 첫째날인 7일 오전 훈련에 참가한 한·미 해병대원들이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작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2016.3.7/뉴스1  저작권자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6 한·미 연합상륙훈련 첫째날인 7일 오전 훈련에 참가한 한·미 해병대원들이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작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2016.3.7/뉴스1 저작권자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람이 쪼잔해서 그런지 작은 것들로 자꾸 눈이 간다.
오늘 아침 신문의 1면을 장식한 한미 연합 상륙훈련 사진. 늠름한 한미 장병들의 위용에 마음이 든든해져야 할 터인데, 나는 그들이 입고 쓰고 있는 장비에 시선이 꽂힌다.

미군들은 장교 사병 보직 상관없이 하나같이 든든한 방탄조끼 입고, 야간투시경 거치대가 붙어 있는 헬멧을 쓰고 있다. 귀신 잡는 한국 해병들은 '엑스(X)밴드'에 탄창 차고, 민짜 헬멧 쓰고 앞장서고 있다. 적들의 해안진지에서 날아드는 총탄 앞에 고스란히 노출돼야 하는 실제 상륙전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14년 국정감사에서 방탄조끼 지급실태가 논란이 되자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이 "한 벌에 103만원짜리 방탄복을 군에서 해줘야 하나. 상식에서 벗어난다"고 말 한 적이 있다. 병사는 적들의 총알을 온몸으로 받아낼 각오가 돼 있어야 하는 게 '상식'이어서인지 우리 장병 가운데 방탄조끼로 몸을 가릴 수 있는 병사들은 6%에 지나지 않는다. 최전방에서도 GP(휴전선 감시초소) 작전부대만 착용하고 GOP 경계부대는 군복만 걸치고 경계근무에 나선다. 해병대도 백령도 같은 일부 최전방 지역에만 보급돼 있다.

103만원짜리 방탄복을 70만 한국군에게 일시에 모두 새로 지급한다고 해도 7030억원이 든다. 총 맞을 일 별로 없어 보이는 장군들, 비전투원들을 우선순위에서 미루고, 기존 장비 감안하면 훨씬 적은 돈으로 한번에 해결할 수도 있을 법도 한데...순차적으로 늘려간다는 국방부의 계획은 느긋하기만 하다.



기획재정부에서는 "그렇게 여기저기서 예산 떼 나가면 나라 살림은 뭘로 하냐"고 질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목숨 지키라고 내보낸 우리 아이들 생명 지키는값이다. 차도 별로 안다니는 국회의원 지역구에 도로 까는 '쪽지예산' 몇 개 거부하면 될 일이다. 평시도 아니고 전쟁중인 나라이고, 수시로 지뢰 파편이 작렬하고, 심지어 동료의 총탄까지 날아드는 '전쟁터'이다.

방탄조끼 입고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미군들 쳐다보면서 부러워하는 건 월남전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쌍팔년도(단기 4288년) 군대'도 아니고, 아직도 군복만 입히고 총 하나 딸랑 들고 전쟁하라면 되겠나. 어느 조직 구성원이건 존중받고 있다고 생각할 때 힘이 솟는다. 목숨 내놓고, 사기로 먹고 사는 군대는 말할 것도 없다.

헛돈 쓰는게 아니다. 내수 진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데 정책적 공감대가 있다면 남의 나라 군산 복합체 배불리는데 앞서 우리 방산업체들 매출부터 늘려줄 수 있는 일이다.


코오롱과 효성의 방탄섬유 아라미드 제조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방위산업체 웰크론 같은 업체도 첨단 방탄조끼 기술이 있다. 야간 투시경 기술을 개발한 상장기업 DMS의 자회사는 연구개발만 하다가 판로가 없어 결국 사업을 접었다.

몇년 전 불량 방탄조끼 파동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제대로 된 기술 갖춘 우리 기업에 제값 줘서 키워 줘야 할 일이다. 병사들의 목숨과 직결되는 개인화기와 장비는 그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의 최우선순위에 놓여야 하는 게 기본이다.

쓰고 보니 왜 작은 것에 분노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수조원짜리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같은 첨단 시스템을 논하는 마당에 쪼잔하게 조끼 하나 갖고 말이다.

하지만 작은 게 작은 게 아니다. 필요하고 가치 있는 곳에 제대로 돈 쓰자는 게 왜 작은 건가…라고 자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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