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한·미 연합상륙훈련 첫째날인 7일 오전 훈련에 참가한 한·미 해병대원들이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작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2016.3.7/뉴스1 저작권자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 아침 신문의 1면을 장식한 한미 연합 상륙훈련 사진. 늠름한 한미 장병들의 위용에 마음이 든든해져야 할 터인데, 나는 그들이 입고 쓰고 있는 장비에 시선이 꽂힌다.
미군들은 장교 사병 보직 상관없이 하나같이 든든한 방탄조끼 입고, 야간투시경 거치대가 붙어 있는 헬멧을 쓰고 있다. 귀신 잡는 한국 해병들은 '엑스(X)밴드'에 탄창 차고, 민짜 헬멧 쓰고 앞장서고 있다. 적들의 해안진지에서 날아드는 총탄 앞에 고스란히 노출돼야 하는 실제 상륙전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03만원짜리 방탄복을 70만 한국군에게 일시에 모두 새로 지급한다고 해도 7030억원이 든다. 총 맞을 일 별로 없어 보이는 장군들, 비전투원들을 우선순위에서 미루고, 기존 장비 감안하면 훨씬 적은 돈으로 한번에 해결할 수도 있을 법도 한데...순차적으로 늘려간다는 국방부의 계획은 느긋하기만 하다.
방탄조끼 입고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미군들 쳐다보면서 부러워하는 건 월남전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쌍팔년도(단기 4288년) 군대'도 아니고, 아직도 군복만 입히고 총 하나 딸랑 들고 전쟁하라면 되겠나. 어느 조직 구성원이건 존중받고 있다고 생각할 때 힘이 솟는다. 목숨 내놓고, 사기로 먹고 사는 군대는 말할 것도 없다.
헛돈 쓰는게 아니다. 내수 진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데 정책적 공감대가 있다면 남의 나라 군산 복합체 배불리는데 앞서 우리 방산업체들 매출부터 늘려줄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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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과 효성의 방탄섬유 아라미드 제조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방위산업체 웰크론 같은 업체도 첨단 방탄조끼 기술이 있다. 야간 투시경 기술을 개발한 상장기업 DMS의 자회사는 연구개발만 하다가 판로가 없어 결국 사업을 접었다.
몇년 전 불량 방탄조끼 파동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제대로 된 기술 갖춘 우리 기업에 제값 줘서 키워 줘야 할 일이다. 병사들의 목숨과 직결되는 개인화기와 장비는 그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의 최우선순위에 놓여야 하는 게 기본이다.
쓰고 보니 왜 작은 것에 분노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수조원짜리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같은 첨단 시스템을 논하는 마당에 쪼잔하게 조끼 하나 갖고 말이다.
하지만 작은 게 작은 게 아니다. 필요하고 가치 있는 곳에 제대로 돈 쓰자는 게 왜 작은 건가…라고 자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