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대학가 풍속도, 비싼 등록금과 월세로 '몸살'

대학경제 권현수 윤세리 기자 2016.03.08 15:00
글자크기

'창문 없는 쪽방도 좋다'..대학생들 저렴한 고시원, 하우스메이트 찾아 전전긍긍

새 학기 대학가는 비싼 등록금과 치솟는 월세난의 여파로 학생들에게 이중고를 주고 있다.
고려대 정문 전봇대에 붙여 있는 원룸 광고물.고려대 정문 전봇대에 붙여 있는 원룸 광고물.


▲원룸에서 고시원으로 내몰리는 대학생들

서울권 소재 K대학에 재학 중인 김 모양은 겨울방학 동안 편의점과 카페 알바비를 꼬박 모아 수중에 130만 원을 겨우 마련했다. 알바비 130만원과 나머지는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 등록금 500여 만 원을 충당할 계획이었다.

2년 전 부동산과 원룸촌을 발로 뛰며 어렵사리 구한 원룸의 계약 만기일이 다가오자 집주인이 월세 15만원을 올린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김 양은 결국 비싼 월세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저렴한 방을 구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급히 원룸을 물색해봤지만 2년 사이 월세는 더 올라 김 양이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결국 대학가 주변만 고집하지 않고 조금 거리가 떨어진 서울 근교 다세대 주택이나 고시원을 알아볼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대학가 근처에는 김 양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서울 동대문구 S고시원 관계자는 "기숙사에 무조건 들어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치솟는 원룸 월세가 부담스러운 학생들이 고시원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라며, "우리 고시원 뿐 아니라 다른 곳도 학생들이 북새통을 이룬다"고 말했다.

이 고시원에는 창문이 있는 방 30만원, 없는 방 28만원이다. 수요가 폭발적이어서 예전같으면 인기가 없던 창문 없는 방조차 세입자가 몰린다.


결국 김 양도 마땅한 원룸을 구하지 못해 무보증, 30만원대 창문 있는 방으로 S고시원에 입주했다. 김 양은 당분간 고시원 생활에 적응해볼 참이다.
김 모양이 거주하는 K 고시원 1인실 외창방.김 모양이 거주하는 K 고시원 1인실 외창방.
▲미쳐 날뛰는 월세, "하메(하우스메이트) 구해요"

부모님이 마련해주신 투 룸에서 1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는 수도권 내 S대학에 재학 중인 이 모양은 보증금을 올리겠다는 집주인의 통보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당장 목돈을 마련할 집안 형편이 못 돼 보증금 대신 월세를 올려달라고 집주인에게 사정할 수 밖에 없었다.

설득 끝에 월세 20만원 인상으로 결정 짓자 이 양은 또 다시 막막했다.

알바비로 한 달 집값을 겨우 마련하는 형편에 인상한 월세 60만원을 감당할 수 없어 결국 하우스메이트를 찾아 나섰다.

온라인 부동산 직거래 P카페에는 이 양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대학생들이 많다. 하루 평균 50여 개의 하우스메이트 모집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대학생들의 하우스메이트 수요가 꾸준한 데에는 고시원에 비해 넓은 공간과 원룸 월세 대비 저렴한 가격이 강점으로 꼽히는 이유다.

반면, 낯선 사람들과 공동생활을 해야 하는 불편함도 공존한다. 특히 P카페 '자취 이야기방' 게시판은 공과금 분쟁, 주거 규칙 위반, 소지품 도난 등 피해 사례에 대해 하소연하는 게시글들로 넘친다.

이처럼 멈출 줄 모르고 치솟는 임대가격에 대학생들은 갑갑한 고시원으로 내몰리거나 울며 겨자먹기로 하우스메이트를 구하는 등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T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대학가 월세는 보증금 1000~2000만원, 월세 50~60만원으로 정착화돼 가고 있다. 신축급일 경우 보증금 2000만원 이상, 월세 70~80만원까지 받기도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이어 "오르면 올랐지, 낮아지는 경우는 드물다. 학생들 뿐 아니라 학부모들의 허리가 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서울 관악구 S부동산 관계자는 "역세권에 위치한 대학 주변은 공급과 수요가 항상 많아 저렴한 가격대의 원룸을 구할 수 있지만,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은 대학가의 경우 자연스레 높은 가격대를 형성, 유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이 내놓은 '2016 2월 부동산시장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전세가격변동률은 연 평균 전월대비 0.6%, 지난 1월 전월대비 0.3% 상승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가계담보대출 규제와 금리인상 등 시장 악재가 겹쳐 전월세난이 더욱 극심해지면서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 이 여파가 대학생들에게도 미치고 있으며, 목돈이 필요한 보증금과 비싼 월세를 견디다 못해 고시원으로 내몰리는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