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헬조선 OECD 50관왕? 70%는 왜곡 또는 거짓

머니투데이 세종=조성훈 기자 2016.03.0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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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50개 항목 전수조사했더니..."70%는 잘못 짜깁기 또는 팩트 오류"

[단독] 헬조선 OECD 50관왕? 70%는 왜곡 또는 거짓


'헬조선 OECD 50관왕’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50개 부문에서 ‘꼴찌’를 도맡아 하고 있다며 유포되고 있는 수식어다.

일부 네티즌은 근거가 되는 기사와 자료까지 들이대면서 사실임을 주장했고 유명 트워테리언인 소설가 이외수 씨 등이 이를 게시하면서 이같은 통계치가 확산됐다.



이대로라면 1996년 10월 1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뒤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고 감격해 했지만 실상 한국은 ‘열등생’으로 머물러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2번째, 세계에서 29번째로 OECD에 들어간 지 올해로 20년째, 과연 한국의 지표는 죄다 최하위일까.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주무부처인 통계청이 조사에 나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50개 지표를 대상으로 통계의 신뢰성과 연관성을 검토한 결과 일부 내용은 유포된 것처럼 1위가 맞지만 인위적으로 끼워 맞추거나 팩트가 틀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게 통계청의 결론이다.

가령 어린이 행복지수와 청소년 행복지수, 자살률과 자살증가율, 출산율과 저출산, 국가채무증가와 국가부채증가, 인도에서 교통사고율과 보행자 교통사망률은 실질적으로 같은 분류의 통계를 더 세분화한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같은 항목을 이중으로 계산한 것이다.

또 지표별로 자료의 출처와 기준연도가 서로 다른데도 필요한 내용만 발췌해서 비교한 경우도 많다. 통계청은 “연구보고서와 간행물에서 인용된 자료를 확인 없이 수집한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NS상에서 언급된 순위와 실제 순위가 다른 지표도 많았다. 예컨대 최저임금(지니계수 0.307)의 경우 OECD 국가 중 13위, 보행자 교통사망률(10만명당 0.6명)은 11위, 실업률 증가폭(-0.1%p)은 21위, 15세 이상 술 소비량(1인당 9.1리터)은 19위, 이혼률(1000명당 2.3명)은 11위 등이다. 누군가 순위를 의도적으로 낮춘 것이다.

이처럼 순위가 실제와 다르거나 항목 자체가 OECD가 제공하지 않는 게 50개 항목 중 35개다.

물론 실제로 OECD 최하인 지표도 있다. 자살률과 산업재해 사망률, 남녀간 임금격차, 노인 빈곤율, 어린이 행복지수, 결핵환자 발생률과 사망률, 공공사회복지 지출비율, 출산율, 공교육비 민간부담과 고등교육 국가지원비율 등 삶의 질과 관련된 14개는 부정적인 면에서 1위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50개 부문에서 가장 낮은 등수라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R&D투자비중이나 인터넷접속율, 고등교육인구나 학생 수학성취도, 병원 침상수와 개인소득에 대한 세금 등 긍정적인 측면에서 OECD 상위권인 수치도 많은데 굳이 안 좋은 것만 뽑아내 한국을 폄하하는 건 악의적이라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통계치를 두고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굳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조국을 폄훼하려는 이유가 뭐냐”며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하고 “부정적인 분야에서 1위도 있는 만큼 헬조선이라는 자학의 근거가 될만 하다”며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법을 모색 해야 한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통계청은 OECD 등 국제기구에 제공하는 통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대국민 홍보활동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유경준 통계청장은 "부정적인 측면에서 1위여서 개선해야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잘못 짜깁기하거나 팩트가 틀렸는데도 마치 사실처럼 퍼지고 있어 이를 바로잡는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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