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감사도 저 싫다면…" 주택연금 멀리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16.03.0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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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주택연금의 장점에도 오해와 선입견이 가입자 확대의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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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주택연금제도를 5년전에 알았다면 그 때 가입했을 것이다. 뒤늦게 알게 된 게 참으로 아쉽다."

최근에 만난 70대의 A씨는 주택연금을 좀 더 일찍 가입하지 못한 걸 아쉬워했다. 그는 지난해 8월에야 우연히 언론을 통해 주택연금을 알게 됐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감정가 6억원의 아파트를 3억5000만원 정도 담보로 잡고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주택연금이란 주택을 소유한 만 60세 이상의 사람이 주택을 담보로 평생 혹은 일정 기간 동안 매월 연금방식으로 노후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역모기지론으로 국가가 보증한다는 특징이 있다.



A씨는 기존에 공무원연금과 개인연금 등을 통해 월 300만원 가량의 연금을 받는 상태에서 주택연금으로 추가로 132만원 정도를 받아 한 달에 총 400만원이 넘는 연금을 갖고 넉넉한 노년생활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A씨의 경우와 달리 아직 대부분의 노년층은 주택연금 가입에 소극적이다. 주택연금이 출시된 지 8년이 지났건만 주택연금 가입자는 주택을 소유한 고령자 중 1% 정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연금 가입자는 지난달 겨우 3만명을 넘어섰고 그것도 최근에야 가입이 늘어났다.



이처럼 주택연금 가입자가 크게 늘지 않는 이유는 주택연금에 대한 오해나 선입견으로 가입을 망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가 올해 3월 빚이 있으면서 주택을 소유한 고령층을 위한 주택연금을 내놓겠다고 발표하자 "집을 거저 먹겠다는 거냐, 사기다", "그냥 자식에게 물려주고 용돈 받겠다" 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주택연금은 미래의 주택가격이나 금리위험을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부담하는 구조다. 종신지급형의 경우 부부 중 어느 한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까지 연금을 지급한다. 사망한 경우에는 그동안 지급했던 연금액보다 주택가격이 높다면 차액만큼 상속인에게 돌려주고, 반대로 지급받은 연금액이 주택 가격보다 많을지라도 추가 부담은 전혀 없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주택연금 제도는 가입자에게 매우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우리나라의 노년층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통계청의 ‘201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5년 13.1%에서 2040년에는 30%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상당수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세대의 노후대비는 충분치 않아 지난해 12월 한국주택금용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노년층의 희망 월수입은 206만원이나 실제 월수입은 126만원으로 평균 80만원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연금이 고령층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서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 기능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주택 소유자가 60세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정이 2013년에 바뀌었으나 2015년 10월 기준 가입자의 평균연령은 72세 정도에 머물러 너무 늦은 나이에 주택연금을 수령하고 있다. 그 이유는 노년기 마지막 목돈을 병치레 등으로 써버리고 자식들에게 손 벌리기 싫다며 할수 없이 주택연금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수입을 자녀들이 주는 생활비에 의존하기보다는 현재 소유하는 주택을 활용하여 주택연금에 가입한다면 우리네 부모들의 삶의 질과 만족도가 크게 개선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무엇보다도 주택연금 가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집 한 채는 물려줘야지”라는 상속에 대한 집착이다. 우리네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재산을 남겨주고 싶은 마음이 크고 본인들의 생활자금 마련에는 인색하다. 보건사회연구원의 ‘2014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주택 보유 고령층 중 자산을 상속하지 않고 자신이나 배우자를 위해 이용하겠다는 비중은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경우도 주택연금 가입 전에 자녀들에게 “나중에 부동산을 물려주지 못하더라도 지금 생활비를 보조받지 않고 스스로 경제생활을 하겠다”고 미리 알렸고 자녀들이 이에 동의한 뒤에야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그러나 주택 상속을 하지 못해 자녀들의 미래소득이 줄어든다고 해도 현재 노년층의 소득을 높임으로써 자녀들이 부모를 봉양하는 비용을 줄이고 상속세를 절감하는 장점이 있어 상속 때문에 주택연금을 기피할 이유는 전혀 없다.

현재 정부에서는 고령층의 빈곤을 해결하고 가계부채 완화나 주거안정이라는 일석삼조의 정책적 목표까지 아울러 해결하고자 2025년까지 10년 내에 주택연금 가입자를 현재 수준에서 약 12배로 크게 늘리려고 한다. 주택을 소유한 고령층의 10%, 약 34만명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 전환형 주택연금', '보금자리론 연계 주택연금', '저소득층 우대형 주택연금' 등 다양한 형태의 주택연금을 출시하고, 주택금융공사는 ‘주택연금 명예홍보대사’를 선정해 주택연금 인지도를 높이려고 안감힘을 쓰고 있다. 그리고 지난 2일 국회는 주택소유자가 60세 이상인 경우에만 가능했던 가입조건을 부부 중 한명만 60세 이상이 넘으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그러나 주택연금에 대한 오해와 상속에 대한 집착이 주택연금 가입을 막고 있는 형편이다.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 라는 속담처럼 아무리 좋은 조건의 금융상품이라도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현재 주택연금 성공의 답은 제도적 보완보다 의식의 변화에 있다. 노년층 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적극적 홍보를 펼쳐 세대간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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