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샘의 포스트카드] 즐거운 고통 속으로

머니투데이 김보일 배문고등학교 국어교사 2016.02.2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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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어찌하다 아이패드를 하나 가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완전 밥도둑, 아니 시간도둑입니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다 날 새는 줄도 모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평소 이런 저런 글을 쓰던 차에 조금은 건조한 느낌의 디지털 그림에 아날로그적 논리나 감성의 글을 덧붙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과 색이 언어의 부축을 받고, 언어가 선과 색의 어시스트를 받는, 글과 그림의 조합이 어떤 상승작용을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보일샘의 포스트카드’를 보시는 재미가 될 것입니다. 매주 월, 수요일 아침, 보일샘의 디지털 카드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따듯한 기운과 생동감을 얻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구는 사랑을 나누기 알맞은 행성입니다.

[보일샘의 포스트카드] 즐거운 고통 속으로


사후에 염라대왕 앞에 불려나가 지상으로의 말미를 며칠 간 허락할 터이니 돌아갈 생시(生時)의 타임을 결정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없이 두 번의 시기를 꼽을 것이다. 하나는 지리산 종주를 하며 비 맞으며 장터목에서 비박하던 때와 엄지발톱이 빠지는 고통을 감수하며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을 때다. 두 번 다 기진맥진 죽을 둥 살 둥이었다. 염라대왕은 어찌하여 너는 가장 고통스런 시절로 돌아가려고 하느냐고 물을 것이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한 때 지상에 살았던 사람으로서 말하건대 어떤 종류의 고통 속에는 당신이 모르는 기쁨이란 것이 있더라. 나는 그 즐거운, 지상의 고통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
[보일샘의 포스트카드] 즐거운 고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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