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7년간 교권침해 3만건…女교사 성희롱·학부모 폭력 증가

뉴스1 제공 2016.02.2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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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교권 침해 현황' 조사 결과…2012년 이후 건수는 매년 감소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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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 개학한 지 3일 만에 한 학부모가 교감을 찾아와 담임교사를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장애를 가진 학생과 2년째 같은 반이 되어 억울하다, 담임교사 나이가 많다, 불친절하다 등의 이유에서다. 이 같은 이유로 담임교사를 바꿀 수는 없다고 하자 이 학부모는 매일 교장과 교감에게 담임 교체를 요구하는 문자를 보냈다.

2주 뒤에는 교무실에 찾아와 "이거 어디 있냐, 머리끄덩이 잡아 가만 두지 않겠다, 상판대기…"와 같은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다. 담임교사가 학생들을 폭행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117(학교·여성폭력피해자 등 긴급지원센터)에 신고하기도 했다. 학부모에게 시달리던 담임교사는 결국 병가를 냈다.



급증하던 교권 침해 사건이 최근 들어 감소 추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사건이나 학생이 여교사를 성희롱하는 일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교권 침해 사건 자체는 감소 추세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교권보호위원회에 접수된 교권 침해 사례는 총 2만9541건으로 나타났다. 1년에 평균 4220건이다. 2015년 4월1일 현재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수가 1만1526개인 점을 감안하면 매년 학교 3곳 중 1곳에서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하는 셈이다.



교권 침해 사건 자체는 감소하는 추세다. 2009년 1570건이던 교권 침해 사건은 2012년 7971건으로 급증했다. 이 시기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를 급증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후 2013년 5562건, 2014년 4009건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3402건으로 2014년에 비해 15.1% 감소했다. 교권 침해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했던 2012년에 비해서는 57.3% 감소했다.

이에 비해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사건은 최근 들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2009년 11건에서 지난해 107건으로 급증했다. 교권 침해 사건이 가장 많았던 2012년의 128건 다음으로 많다. 2013년 69건, 2014년 63건으로 감소하다가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2년 이후 전체 교권 침해 사건이 감소하면서 다른 유형은 발생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데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는 거꾸로 늘었다. 매년 전체 교권 침해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까지는 1%대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에는 3.1%로 확 뛰었다.


자료: 교육부 (뉴스1 재편집) © News1자료: 교육부 (뉴스1 재편집) © News1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절반은 가해자가 학부모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지난해 접수된 교권 침해 사건 488건 중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227건(46.5%)이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사건이었다.

유형별로는 학생지도와 관련해 학부모가 교사의 권리나 인권을 침해하는 사건이 절반인 113건으로 가장 많았다. 실제 지난해 4월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아들이 크레파스를 바닥에 집어던진 일로 담임에게 꿀밤을 한 대 맞자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5월에는 한 중학생이 담임교사와 스포츠클럽 강사에게 폭언을 하고 교실을 무단이탈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 학생은 종례에도 참석하지 않고 무단귀가했다. 선도위원회 참석 요청서를 주려고 교무부장과 담임교사가 이 학생의 집을 방문하자 아버지는 두 교사를 무단주거침입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한국교총이 지난 1월 교사 7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1.2%는 이처럼 학생이 분명히 학칙을 어겼는데도 학부모의 문제제기나 항의, 민원 제기로 2차 침해가 발생하는 상황을 학생 생활지도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학부모의 행동 중 가장 어렵게 하거나 섭섭한 경우를 묻는 질문에서는 '성적이나 생활태도 등 학생에 대한 모든 책임을 교사나 학교에 돌릴 때'(26.0%)라고 응답한 교사가 가장 많았다. 25.0%는 '학생이 분명히 잘못했는데도 학교 탓만 할 때'라고 답했다.

◇학생들에 의한 여교사 성희롱도 2013년 이후 해마다 증가

중학생들이 여교사의 치마 속을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해 SNS에 유포한 것과 같은 성희롱 사건도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가 조사한 교권 침해 현황을 보면 지난해 '학생들에 의한 교사 성희롱' 사건은 모두 101건이다. 2009년 이후 가장 많다. 교권 침해 사건이 가장 많았던 2012년보다 오히려 더 많이 발생했다.

학생들이 여교사를 성희롱한 교권 침해 사건은 2009년 19건에서 2010년 31건, 2011년 52건, 2012년 98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2012년 이후 전체 교권 침해 사건이 줄면서 2013년에는 62건으로 감소했지만 2014년 80건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체 교권 침해 사건에서 '학생들에 의한 교사 성희롱'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까지는 1%대에 머물렀지만 2014년에는 2.0%로 뛰었다. 2015년에는 3.0%로 그 전 해에 비해 1% 포인트 올랐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 교권 침해 사건이 감소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한국교총에 접수되는 교권 침해 사건은 2006년 179건에서 2015년 488건으로 1.7배 늘었다. 전체 규모에서 차이가 나긴 하지만 교권보호위원회 심의 건수를 바탕으로 한 교육부의 '교권 침해 현황'과는 정반대 추세이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사 입장에서는 문제 제기를 해도 큰 실효성이 없고 괜히 분란만 일으킬 수 있어 참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장 역시 학교 이미지나 학교평가, 인사상 불이익 등을 생각해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고 쉬쉬하고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자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News1자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News1
◇상반기 '대응매뉴얼' 개발…교원지위특별법 개정안 8월 시행

이처럼 교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특별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31일 국회를 통과해 오는 8월4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은 학교장의 축소·은폐 시도를 막기 위해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하면 반드시 교육청에 보고하도록 했다. 대신 이를 빌미로 학교평가나 학교장 업무평가에서 불이익을 줘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교권을 침해한 학생은 특별교육이나 심리치료를 받게 했다. 학생뿐 아니라 보호자도 함께 특별교육을 받아야 한다. 학생의 보호자가 자녀를 이해하고 가정에서의 동반노력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이다.

교원지위특별법 개정안은 또 교권 침해로 피해를 입은 교원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치유를 지원하기 위해 교육청이 '교원치유지원센터'를 지정하거나 신설할 수 있도록 했다.

김동석 대변인은 "학교에서 교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학교나 학교장을 징계하고 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고, 사후 조치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이러한 법 취지가 충분히 담길 수 있도록 후속조치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폭력과 마찬가지로 교권 침해도 엄연히 폭력"이라며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교권 침해의 정의를 새로 확립하고 사후 조치뿐 아니라 사전 대응과 예방을 강화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가칭 '교권 침해 대응 매뉴얼'을 상반기 중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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