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이미지 인식 및 딥러닝(Deep learning) 업체 '클라리파이(clarifai)'에서 만난 매트 제일러 대표 겸 설립자는 "외국에서 온 직원이 얼마나 되느냐"는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의 질문에 의아한(?) 답변을 내놨다.
지구상에서 가장 글로벌한 국가인 미국, 그 중에서도 세계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뉴욕에선 국적과 인종을 따로 구분해 외국인 직원 비중을 물어보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는 뜻이었다. 오랜 이민 역사와 이민자들의 성공 신화를 통해 기회의 땅으로 자리 잡은 미국을 설명하는 데엔 이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는 것. 미국은 이민자들로부터 새로운 성장의 추진력을 얻고, 이민자들은 미국에서 더 나은 기회를 얻는 선순환이 계속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IT업체 클라리파이. 세계 각 국에서 온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사진= 정진우 기자
취재팀이 이날 만난 제일러 대표는 캐나다인 출신이었다. 이 밖에도 중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온 직원이 전체 직원의 25%에 이른다. 그는 "여러 국가에서 온 직원들이 모여 일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성이고 여기서부터 혁신이 시작된다"며 "서로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욱 발전시킨다"고 말했다.
알로마 COO는 "직원들이 어디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능력만 따진다"며 "최고의 인재를 찾을 때 한 국가, 한 지역에만 국한하면 재능있는 인재 역시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나 호주 등 다른 나라에서 온 직원들은 그들의 문화에서 다양성을 가져온다"며 "다른 배경, 다른 교육, 다른 사회적 경험이 함께 섞이면서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으로 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오션은 다양성 확보를 위해 직원을 뽑을 때 '경험(experience)', '기술(technology)', '문화(culture)' 등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채용 인터뷰에서도 이 세 가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을 묻는다. 채용 후엔 여러 나라 출신 직원들이 뉴욕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온보딩 프로그램(신입사원이 회사에 적응하도록 돕는 과정)'을 운영한다. 회사 업무와 함께 미국의 문화적인 부분을 이해하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디지털오션. 세계 여러나라 출신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사진= 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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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앙스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40개 이상의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기능 '에스보이스(S-voice)'에도 뉘앙스의 기술이 들어간다. 이 회사는 외국 기업과 비즈니스가 중요한 만큼 외국인 채용에도 공을 들인다. 현지화 전략이다.
회사 이름이기도 한 '뉘앙스'는 언어별로 미묘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어도 한 단어가 여러 의미를 갖기도 하고, 한 가지를 설명하는 단어가 여러 개인 경우도 있다. 단순 통·번역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는 얘기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와 함께 언어 간의 미묘한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현지 인력이다.
레베카 파큇 뉘앙스 커뮤니케이션 담당 디렉터는 "2008년엔 한국 지사도 설립해 한국인도 채용했다"며 "한국 등 각 국가에서 채용한 인력들은 현지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뉘앙스의 기술을 현지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산타페인스티튜트 연구원들이 자유롭게 토의하는 모습/사진= 김평화
산타페연구소는 대학이나 전통적인 연구소와는 차이가 있다. 정교수라는 개념 없이 다양한 분야의 많은 학자들이 모여 함께 연구한다. 여러 나라 출신의 학자들이 다양한 생각과 연구를 활발하게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융합학문의 중심지인 산타페연구소에서 구성원들의 출신지나 인종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한국 출신인 윤혜진 박사는 "한국은 단일 민족이기 때문에 '그것'하면 서로 알아듣는 것이 있는데, 일정한 배경지식을 서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이유로 한국 안에선 기술발전이 빠르지만, 다양성이 매우 적어 세계적으로 쓸 수 있는 기술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에서 노벨상 받은 사람들을 보면 이민자의 비중이 더 높다"며 "외국에서 들어온 다양성이 사회를 이끌고, 나아가 본인이 갖고 있는 걸 전파해야 하는데 한국은 그런 게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윤 박사는 특히 "인벤션(발명)을 이노베이션(혁신)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다양한 생각들이 모여야 한다"며 한국 사회가 이민정책 등을 통해 지금보다 더 다양성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