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실버 케어' 스타트업이 뜬다

머니투데이 허정민 인턴기자 2016.02.1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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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블리 시계 착용한 노인/사진=라이블리 웹사이트라이블리 시계 착용한 노인/사진=라이블리 웹사이트


노인 인구수가 증가하면서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유엔 인구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은 8.2%이며 2060년에는 17.6%로 2배 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늘어나는 노인 인구를 감당할 의료 서비스 기관이 절대 부족할 전망이어서 세계적으로 풀어야할 과제가 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50년에는 선진국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인구의 3분의1에 달하지만 의료기관이 이들을 모두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부족한 노인 의료 서비스를 채워줄 '실버 케어' 스타트업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을 상대로 한 범죄나 고독사로 외로이 삶을 마감하는 노인이 늘어남에 따라 노인 돌봄 서비스도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미국에선 이러한 실버 케어 스타트업이 발돋움하고 있다. 노인 돌보미 매칭 서비스 스타트업 아너(Honor)는 돌보미의 서비스 경력과 전문 기술, 언어 등을 분석해 적합한 노인에게 연결시켜줌으로써 노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노인의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경우 모국어에 맞는 돌보미를 매칭시켜주기도 한다. 아너는 지난해 주요 벤처투자자 안드레센 호로위츠와 최대 맛집 리뷰 사이트 업체 옐프 등으로부터 2000만 달러(약 239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세스 스턴버그 아너 CEO(최고경영자)는 "그간 노인 돌봄 서비스는 노인의 니즈(needs)에 맞춘 서비스가 부족했다"며 "아너는 간병 목적이 아닌 노인의 삶을 생동감 넘치게 만들어주는 노인 맞춤형 돌봄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아너는 야외 활동을 즐기는 노인에게 운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쇼핑을 즐기는 노인에게는 짐을 들어주는 등 쇼핑 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케어앳핸드(Care at Hand)는 노인의 병원 방문 주기와 횟수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재발병률, 입원 시기 등을 고객에게 알려준다. 케어앳핸드는 노인이 건강 위험 수위가 높지 않음에도 병원을 자주 방문해 진료비를 낭비하는 점에서 착안됐다. 진료비가 비싼 미국에서 케어앳핸드는 중·저소득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위급용 앰뷸런스 호출 시계 '라이블리(Lively)'를 개발한 스타트업 라이블리는 노인이 시계의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앰뷸런스가 호출 될 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알림이 간다. 방수 기능을 갖춰 장소에 구애 없이 착용할 수 있는 라이블리는 노인의 규칙적인 걸음과 행동 패턴을 분석해 위급 시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상황이 생겨도 알아서 앰뷸런스를 불러주는 역할을 한다.


노인을 상대로 한 금융사기를 방지하는 스타트업도 생겼다. 미국의 경우 노인 3명 중 1명이 기부금 요청을 가장한 금융사기에 빈번히 당하고 있다. 이에 현지 스타트업 트루링크(TrueLink)는 노인의 은행 계좌를 금융 전문가나 가족이 관리할 수 있도록 체크카드를 노인에게 발급해 준다. 카드 명의는 노인으로 돼있으나 출금 관리는 가족이나 금융전문가가 하는 게 주요 골자다. 노인의 관계자는 금융사기가 의심되는 특정 단체를 골라 출금을 차단할 수 있으며 스팸성이 강한 문자와 텔레마케터 전화 일부를 차단할 수 있다.

실버 케어 시장에는 사람 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로봇도 뛰어들었다.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 선두업체인 프랑스의 알데바란 로보틱스 업체가 개발한 '로미오(Romeo)'는 걷기, 계단 오르기, 문 열고 테이블 위 물건 놓기는 물론 간단한 대화나 인터넷 정보 수집도 가능하다. 로미오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부축하거나 간단한 의사소통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일본 전자 업체 NEC도 지난 2013년에 가정용 로봇인 파페로(Papero)를 내놓았다. 파페로는 기억력이 퇴화하는 노인에게 매일 약 복용 시간을 큰 소리로 알려주거나 혈압을 체크하는 등 간호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독거노인의 움직임이나 목소리를 인식해 SNS에 자동으로 업로드한다. 이를 통해 노인과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은 노인의 안전과 안부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 내 노인 돌봄 관련 서비스 스타트업 수는 약 211개, 평균 기업가치는 약 443만 달러(약 53억원)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실버 케어 분야는 이제 발돋움하는 단계다. 그러나 10년 후에는 해당 시장이 8억5800만 달러(약 1조316억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급증하는 노인 인구수에 따른 문제는 국내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한국도 나른 나라 못지않게 고령화 시대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인구 8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며 2060년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40.1%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스타트업계도 머지 않아 실버 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한 경제 전문가에 따르면 "한국은 노인을 위한 복지 시스템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미흡하고 사각지대가 많기 때문에 실버 케어 산업은 오히려 국내에서 더 큰 시장이 될 수 있다"며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노인을 위한 헬스 케어와 취미 활동을 기반으로 한 창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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