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금융위기 데자뷰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6.02.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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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이후 첫날 국내증시는 쇼크에 빠졌다. 그동안 글로벌 증시를 급락시켰던 악재들이 국내 증시에도 한꺼번에 덮치면서 코스피지수는 장중 3%이상 빠졌고 코스닥지수는 5% 가까이 폭락했다. 증권가는 금융위기를 떠올리고 있다.

그동안 국내증시는 중국 또는 국제유가에 일희일비했지만 설연휴 동안 글로벌 리스크는 미국과 유로존 등으로 확대된 양상이다.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코스피 지수는 11일 전거래일대비 56.25포인트(2.93%) 내린 1861.54로, 코스닥지수는 33.62포인트(4.93%) 내린 647.69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은 현선물 시장에서 동시 순매도에 나섰다. 특히 옵션만기를 맞아 외국인의 대량 선물매도가 하락 압력을 가하면서 코스피지수는 장중 1860선도 뚫렸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5.1원(0.43%) 오른 1202.50원을 기록했다. 장초반 6원 넘게 내렸던 것을 감안하면 이날 환율 변동폭은 15원 이상 차이 났다.

설 연휴동안 글로벌증시를 급락시켰던 요인은 크게 두가지로 정리된다. 중국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우려와 공급 과잉 지속에 따른 국제유가 급락세의 재개가 첫번째다. 이는 그동안 글로벌 증시를 흔들었던 리스크다.

여기에 각국의 불안요인이 추가되며 글로벌 리스크가 확대됐다. 뉴욕 및 유로존 주식시장은 장기 국채금리 하락에 따른 금융주의 낙폭이 컸다.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도 엔고의 직격탄을 맞으며 급락했다. 우리나라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지정학적 우려가 커졌다.


특히 유로존 은행주의 급락은 과거 금융위기의 사전적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한요섭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부동산과 무관하게 나타난 은행주의 급락은 과거 금융위기의 사전적 신호 역할을 했었다"며 "설연휴 동안 유로존에서 나타난 은행주의 폭락은 우려스러운 신호로 읽힌다"고 말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뱅크는 2008년 이후 최대인 68억달러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조건부 후순위 전환사채(코코본드)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9.5% 급락했다.

아울러 BNP파리바와 ING산탄데르, 바클레이즈 등이 일제히 5% 넘게 빠졌고 이에 영향을 받은 유럽 증시는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6% 넘게 하락했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도 은행주들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미국경기 침체 가능성 우려도 깊어졌다. 자닛 옐렌 미 연준의장은 10일 금융환경의 긴축 및 중국경제의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 신용위험에 대한 글로벌 재평가 등으로 인해 미국경제가 견조한 성장 경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기에 주가 하락세와 미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미국의 경제활동과 고용시장에도 부담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세계 각국이 내놓는 정책적인 효과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양적완화정책은 실물경제 효과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선언했지만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엔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3월 금리를 동결한다고 해도 긍정적인 효과는 반감 될 것이라는 게 증권 전문가의 전망이다.

한 팀장은 "글로벌 증시나 환율 등에서 나타나는 하루 변동폭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수준"이라며 "증시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추가 급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준 1850선 전후에서 지지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상대적으로 견고한 경기모멘텀과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경우 환율 효과가 빠르게 유입될 가능성 높아 IT,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높일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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