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늙음도 고와라

머니투데이 최광임 시인·대학강사 2016.02.12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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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고운 빛에 울다’ 최광임(시인)

편집자주 디카시란 디지털 시대, SNS 소통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詩놀이이다. 언어예술을 넘어 멀티언어예술로서 시의 언어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이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하고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문자로 재현하면 된다. 즉 ‘영상+문자(5행 이내)’가 반반씩 어우러질 때, 완성된 한 편의 디카시가 된다. 이러한 디카시는, 오늘날 시가 난해하다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시와 독자 간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대중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에 충분하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늙음도 고와라


의관을 갖추고 장터에 나와 할머니의 장사를 돕는 저 할아버지에게서 세상에 대한 순정을 읽는다. 장사 경력 많으신 듯한 할머니가 어린 머윗잎 한 바가지를 팔고 나면 멀찍이 앉아 계시는 할아버지에게 빈 그릇을 넘겨준다. 포대 옆에 단정히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는 빈 바가지에 어린 머윗잎을 채워 할머니 앞으로 밀어 놓으신다. 봄나물 한 그릇 담는데도 할아버지 손놀림은 조심스럽고 정성스럽다. 새색시 매무새처럼 곱기까지 하다. 장날이면 고이 모셔놓았던 비단한복과 중절모로 최고의 예를 갖추고 매번 할머니를 따라나섰을 터였다.

봄의 문턱에서 어린 머윗잎과 할아버지의 대비가 고운 비단 한복으로 응축되어 자꾸 슬퍼졌던 것인데, 장을 파하고 해거름에 오순도순 귀가하는 노부부를 상상하다 울컥 봄보다 더 정겨워졌다. 할아버지의 비단 한복 빛이 고와서 자꾸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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