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KB투자증권 증자냐 현대증권 인수냐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6.02.11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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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투자증권 유증 보류…현대증권 인수전 참여 여부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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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가 지난 4일 이사회에 KB투자증권 유상증자안을 안건으로 올리려다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사회 하루 전날 매각공고가 나온 현대증권 인수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서다. KB금융은 지난 4일 현대증권 인수와 관련한 거래소 조회공시 답변에서 “현재 진행되거나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으나 현대증권에 대한 인수의향서(LOI) 접수 마감일인 오는 29일까지 인수전 참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KB투자증권이 KB금융 전체에서 차지하는 수익 비중은 3%에 불과하다. 신한금융투자가 신한금융 내에서 차지하는 수익 비중 8%의 절반도 안 된다. 저금리 장기화로 은행 수익이 크게 늘기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을 위해선 증권 부문의 수익력 확대가 필수다. KB금융이 유증이든, 현대증권 인수든 KB투자증권을 키우려 하는 이유다.



문제는 유증으론 다양한 거래와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자기자본을 확충할 수는 있어도 인재와 시스템을 확보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KB금융 한 관계자는 “옛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이나 대우증권은 장기간 공채를 통해 확보해온 인재와 그간 발전시켜온 각종 거래 시스템을 갖고 있어 인수하기만 하면 단기간에 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며 “유증을 하면 자기자본만 늘어날 뿐 인재와 시스템은 새로 투자해 장기간에 걸쳐 키워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KB금융으로선 자기자본 3조원이 넘는 대형 증권사 가운데 사실상 마지막 매물로 꼽히는 현대증권 인수를 심각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현대증권이 갖고 있는 한계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현대엘리베이터가 매물로 나온 현대증권 지분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공개입찰을 통해 현대증권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돼도 현대엘리베이터가 같은 조건을 제시하면 현대증권은 현대엘리베이터 차지가 된다. 현대증권을 확실히 인수하려면 현대엘리에비터가 제시하기 어려운 높은 가격을 불러야 한다.



현대증권의 사업구조가 KB금융에 크게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KB금융이 육성하기를 원하는 증권 부문은 IB(투자은행)와 WM(자산관리)이다. 현대증권은 브로커리지(중개) 업무에 치중하면서 IB나 WM에서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인력구조가 부장급이 많은 역피라미드형에 가깝다는 점도 현대증권의 단점으로 꼽힌다. 증권업계가 M&A(인수·합병)를 통해 대형사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어 의외의 괜찮은 매물이 또 나올 수 있다는 기대도 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전 참여를 망설이는 이유다.

한편, 현재 매물로 나온 현대증권 매물은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22.43%와 기타지분 0.08%로 총 22.56%며 약 3000억원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현대증권 인수 후보로는 KB금융과 더불어 지난해 현대증권 인수를 시도했던 PEF(사모투자펀드) 파인스트리트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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