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한번 투자해볼까?" 반짝호재·가격거품 '주의'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6.02.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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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투자는 필패…실수요 꼼꼼히 따져야

7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일선 중개업소에서 체감하는 매매거래 활발정도를 나타내는 매매거래지수는 지난달 전월(10.4)보다 하락한 8.5를 기록했다. /자료제공=KB국민은행 부동산. 7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일선 중개업소에서 체감하는 매매거래 활발정도를 나타내는 매매거래지수는 지난달 전월(10.4)보다 하락한 8.5를 기록했다. /자료제공=KB국민은행 부동산.


"동서네 집값은 올랐어? 우린 내놨는데 아직 안 팔렸어."
"서울 말고 차라리 이번에 개발하는 고향 근처 땅에 투자해볼까? 형제들 돈 모아서."

설 연휴 가족들이 둘러앉으면 흔히 재테크 얘기가 오간다. 부동산 투자도 그중 하나. 특히 예금 금리는 바닥 수준으로 떨어지고 증시는 오르는 날보다 내리는 말이 더 많은 요즘 같은 때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저금리에 갈 곳을 잃은 중산층의 여유자금, 지방에 놓치고 있는 투자기회는 없는지, 주의할 점은 없는지 짚어봤다.

◇"진작 땅 좀 사둘 걸…고향 땅값이 도시 뺨치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주는 지난해 땅값 상승률이 전국 평균(2.4%)을 훌쩍 뛰어 넘는 7.6%를 기록했다. 몇년간 꾸준히 계속된 외지인과 중국인의 투자에 이어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제2공항 건립 발표까지 제주도 땅값을 밀어 올릴만한 소식들이 계속되고 있다.

제주는 매년 방문객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일대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늘어나는 관광객들을 수용할 제2공항은 예비타당성 조사와 설계 등 절차를 거쳐 오는 2025년 개항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 중이다.

향후 개발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성산읍 일대는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 '가격거품'이 상당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초 3.3㎡당 10만원을 채 넘지 않았던 성산읍 일대 땅은 최근 100만원을 불러도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제주시의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홈페이지 사진만 보고 계약금부터 온라인으로 입금하는 분들도 있다"며 "시세가 많이 올랐고 부르는 게 값이라고 부추기는 기획부동산도 많아 외지인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작년에 '후끈'했던 대구·부산…올해는?

대구도 지난해 분양 시장이 수도권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뜨거웠지만 연초엔 매매거래가 급감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매매가는 2010년 7월 이후 6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오다 지난달 꺾였다. 수성구 낙폭(-0.3%)이 컸다.

공급 과잉 우려와 대출규제 강화로 투자는 물론 실수요까지 자취를 감춘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구의 연간 적정 주택 수요는 1만5000여 가구 정도"라며 "지난해 공급 규모를 볼 때 올해 시장은 한층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도 지난해 '반짝 호황'의 여파가 크다. 연제구, 해운대구 등이 지난해 높은 분양가에도 완판을 기록했지만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가 상당수라는 분석이다. 한 부산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는 "프리미엄을 노리고 뛰어들었다가 실제 계약을 포기한 사례도 많다"며 "지금 투자 목적으로 가세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지방 투자는 실수요 꼼꼼히 따져야"

울산 일대는 울산~포항 고속도로 부분 개통과 복선전철 사업 추진 등 개발 호재로 주목받고 있다. 울산 북구의 경우 현대차 공장과 울산공항 근로자 수요가 뒷받침돼 임대목적 투자수요도 꾸준한 편이다.

강원 원주·춘천·강릉 등도 개발 호재를 눈여겨볼 만하다. 원주는 제2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서울 강남까지 50분대에 이동할 수 있다. 내년 개통을 앞둔 KTX 서원주역(인천~강릉), 2018년 개통 예정인 원주~제천 간 복선전철, 혁신도시조성 등도 이목을 끈다.

전주도 혁신도시 조성으로 인구가 3만명 이상 늘면서 부동산 시장이 지난해 기지개를 켰다. 전국 각지에서 기차를 타고 몰려드는 젊은 여행객들로 한옥마을을 비롯한 시내 곳곳에 활기가 생겼다. 다만 서부신시가지나 주거특화 생태신도시로 조성되는 에코시티 투자시 가격 '거품'에 유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방에 투자할 때 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광역시를 중심으로 올 1~2월까지도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높게 나오고 있는데 청약만 믿어선 위험하다"며 "실제 작년 3분기부터 계약률이 이미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실수요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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