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배기먹다가도 '출동'…설 명절 안전지켜주는 소방관들

머니투데이 박신엽 기자 2016.02.0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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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 하니!]용산소방서 출동대원 일상 같이해보니<上>간식 먹다가도 벌떡…현장 도착까지 '3분'

편집자주 '보니! 하니!'는 기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해보는 코너입니다. 일상에서의 직접적인 경험을 가감없이 전달하고자 만든 것으로, 보니하니는 '~알아보니 ~찾아보니 ~해보니 ~가보니 ~먹어보니' 등을 뜻합니다. 최신 유행, 궁금하거나 해보고 싶은 것, 화제가 되는 것을 직접 경험한 뒤 독자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3일 오후 5시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에 위치한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 앞에서 용산소방서 구조대원들이 버스 수색을 마치고 대기하고 있다. /사진=박신엽 기자3일 오후 5시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에 위치한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 앞에서 용산소방서 구조대원들이 버스 수색을 마치고 대기하고 있다. /사진=박신엽 기자


꽈배기먹다가도 '출동'…설 명절 안전지켜주는 소방관들
설날 연휴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은 시기에도 변함없이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며 긴장을 풀지 않는 이들이 있다. 바로 화재, 수난사고, 교통사고 현장 등 사람들의 생명이 위태로운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가는 소방관들이다. 그들이 어떤 하루를 보내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기 위해 지난 4일 서울 용산소방서를 찾아 소방관들과 함께 지내봤다.

◇꽈배기 먹다가도 벌떡…현장 도착까지 ‘3분’
오후 4시30분쯤 현장대응단 진압팀 대기실로 들어섰다. 꽈배기 빵이 한가득 담겨진 종이박스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구조대원 세 명이 기자에게도 꽈배기를 권했다. 4시36분, 한 입 베어문 빵을 간신히 삼키고 자기소개를 할 찰나 사무실 안에 방송이 울려퍼졌다.



“오토바이 구급대. 심정지·호흡곤란. 구급출동, 구급출동.”

방송이 나오자 몇 분 전까지 고요했던 사무실이 소란스러워졌다. 환하게 웃으며 꽈배기를 건네던 구급대원 1명이 어디론가 황급히 뛰어갔다. 10여분이 지나자 사무실은 이내 조용해졌다. 다시 자기소개를 하려고 지휘팀장을 찾았다. 4시58분, 인사를 하려던 순간 다시 또 방송이 나왔다.



“구조출동. 구조출동. 녹사평역 앞 교통사고. 구급출동.”

곧바로 구조 1팀 대원들을 따라가 소방지휘차에 올라탔다. 지휘차 안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바로 앞좌석에 앉은 소방대원은 차 안에 선 채로 구조복을 갈아입었고 노트북을 다루는 대원은 연신 “비착(‘도착’의 소방용어) 철저히 할 수 있도록”이라고 외치며 어디론가 무전을 쳤다.

현장 도착까진 3분이 걸렸다. 네비게이션 어플로는 6분이 걸리는 거리다. 물탱크 펌프 소방차가 4차선 도로 한쪽을 막아주며 나머지 소방차량들이 안전히 주차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무전기에서 “대만 관광객 29명, 한국인 5명. 총 34명 중 부상자 없음”이란 답신이 들려왔다.


대원들은 다친 사람이 없다는 무전을 듣고도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다급한 목소리로 창밖을 향해 “차 빼세요, 차 빼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차가 서자 서있던 대원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허둥지둥 안전모를 들고 뒤늦게 대원들을 따라 현장으로 달려갔다.

5시3분. 버스와 승용차의 탑승객들은 모두 구조된 상태였다. 경상자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3개 차에서 쏟아진 소방관들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도로를 계속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서울소방 화재조사’라고 써진 조끼를 입은 소방관은 조사지를 든 채 운전자부터 시작해 대만 관광객들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안전담당 용산소방서’ 문구가 등에 새겨진 소방관은 경광봉을 들고 도로통제에 나섰다.

5시28분. 렉카가 현장에 도착해 버스를 도로 구석으로 끌어냈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 것으로 보여 ‘안전담당 용산소방서’ 소방복을 입은 대원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물어봤다.

“이제 다 끝난 것 아닌가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안전담당 홍의권 소방장은 “혹시나 관광객들이 길을 건너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달려오는 차량들로 다시 눈길을 옮겼다.

5시46분. “XX68, XX68, 저 버스 맞네요.” 소방관 한 명이 사고차량 대신 관광객들을 태우러 온 버스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추위에 떨던 대만 사람들이 버스에 오르자 지켜보고 있던 소방관들이 다가왔다.

소방대원들은 40여개가 넘는 가방들을 버스 밑 트렁크에 차곡차곡 쌓아넣었다. 5시49분. “상황 끝” 무전이 들렸다. 멀찍이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가 떠나는 것이 보였다.

지휘차를 타고 돌아가면서 지친 표정들을 한 서용석 지휘팀장에게 ‘다친 사람도 없는데 이렇게까지 긴장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를 물었다. 서 지휘팀장은 너털웃음을 짓곤 “원래 다 그래요”라며 “2차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 구급차도 미리 대기시키고 해야죠”라고 답했다.

용산소방서로 돌아가는 길, 출동할 때는 화강암처럼 굳은 얼굴을 하던 대원들이 귀소할 때는 서로 수고했다고 인사를 건네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3일 오후 5시 50분 서울 용산대로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 앞에서 용산소방서 구조1팀 대원들이 대만 관광객들의 짐을 사고차량 대신 도착한 버스에 옮겨 실어주고 있다. /사진=박신엽 3일 오후 5시 50분 서울 용산대로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 앞에서 용산소방서 구조1팀 대원들이 대만 관광객들의 짐을 사고차량 대신 도착한 버스에 옮겨 실어주고 있다. /사진=박신엽
◇열띤 대화 오가도 방송 나오면 ‘정적’…명령 떨어지면 샤워 중에도 뛰쳐나와
구조 3팀 대원 가운데 한 명이 20리터(ℓ) 종량제 봉지에 가득 담을만큼 많은 과자를 사왔다. 대기실에 커피를 마시며 서있던 구급 3팀 김분순 소방위의 얼굴이 활짝 폈다.

김 소방위는 “누가 이렇게 과자를 많이 샀어”하며 환히 웃곤 과자를 종이컵에 담아갔다. 소방관이 된지 올해로 18년째인 그는 이렇게 대원들끼리 야간출동수당을 모아 야식을 사먹는 게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했다.

한 쪽에선 소방관들이 자리에 앉아 TV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지카 바이러스’, ‘설날 휴가지’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이 오갔다. 오후 8시45분 출동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누군가가 오디오 볼륨을 끈 것처럼 사무실이 고요해졌다.

“구급출동. 구급출동 있습니다. 오토바이 구급출동” 방송과 “노량진 동작6다시2 구급출동” 방송이 겹쳐 나왔다. 대원 한 명이 대기실에서 급히 뛰어나갔다. 몇 분 뒤 침묵하던 사람들은 방송 내용에 대해 되묻곤 방송이 나오기 전 나누던 얘기들을 계속했다.

소방대원의 일상을 지켜보기 위해 이곳을 찾기 전부터 궁금했던 점이 있었다. 소방관이 용변을 보거나 샤워할 때 출동방송이 나오면 어떻게 될까. 같이 출동하는 대원들이 기다려줬다가 데려가는 걸까. 아니면 일단 빼놓고 간 뒤 추후에 합류하는 걸까. 소방대원들에게 그런 경험이 있는지 물어봤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해 던진 질문이었지만 이종윤 소방장의 대답은 단호했다. 이 소방장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각자가 서로 대체할 수 없는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출동하는 차를 놓치는 일은 없다고 했다. 샤워할 때는 비누만 닦고 나오고 화장실에 있을 때도 주저없이 달려나온다고 알려줬다.

한번쯤은 그런 실수를 할 때가 있지 않냐고 재차 물어봐도 이 소방장은 “20여년간 일해오면서 그런 경우는 한 번도 본적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소방관들은 아까처럼 TV뉴스를 보고 있을 때도 마음 한 켠은 긴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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