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0원, 폐지수입은 억대" 한해 아파트 비리민원만 1.1만건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6.02.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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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비, 업체 선정 등 꼼꼼히 지켜봐야 비리 막을 수 있어"

"난방비 0원, 폐지수입은 억대" 한해 아파트 비리민원만 1.1만건


#젊은 세대에게는 연기자보다 '난방열사'로 더 익숙한 김부선씨가 얼마 전 4.13 총선 출마의 뜻을 밝혔다. 그런데 그가 현실정치에 뜻을 두게 된 계기가 좀 특이하다. 다름 아닌 아파트 비리다. 겨울철 난방비가 한 푼도 나오지 않는 집들이 수상해 입주자 회의에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그가 총선 출사표와 함께 밝힌 공약도 투명한 관리비 회계와 반값 관리비다.

#"글쎄요. 정확한 통계는 안 내봐서 모르겠는데…. 폐지 팔아서 1년에 1억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단지도 있고, 1000가구 넘는 대형 단지들은 가욋돈으로 벌어들이는 잡수입만 해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된다고 해요. 엄청난 액수죠."(서울시 공무원)




전문가들은 난방비뿐 아니라 아파트 관리·운영 곳곳에 비리가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입주민 대표회 회장이 뒷돈을 받고 공사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덜미가 잡히는가 하면 아파트 부녀회장은 알뜰장터 운영이나 재활용품 판매로 얻은 수입 수천만원을 쌈짓돈처럼 유용했다 처벌을 받는 일도 있었다.

실제 지난 2015년 서울시 공동주택 상담실에 접수된 아파트 운영·관리 관련 민원은 1만1026건에 달한다. 한해 동안의 비리 신고만도 319여 건에 이른다. 아파트 비리에 대한 문제 제기는 거듭되고 있지만 상황은 좀체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다.(2014년 관련 민원 1만1443건, 비리 신고 417건)



서울시가 이번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하면서 동 대표자 등의 해임 요건을 구체화하고 대표회의 과정을 녹음(또는 녹화)하도록 하는 등 과정과 절차를 강조한 것도 아파트 비리 개선을 위해서는 근본 원인을 먼저 치유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대표회의, 관리사무소, 선거관리위원회 등 세력화된 특정 소수 간의 비리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는 한 동일한 아파트 비리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는 아울러 소규모 공사, 어린이집 등 이권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부분에 대한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해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소지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집주인 위주로 만들어진 관리규약을 바꿔보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시는 재활용품 판매나 광고 게시판 운영 등 세입자를 비롯해 실제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만들어내는 수입이 장기수선충당금의 명목으로 집주인에게 돌아가는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수입을 만들어낸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단순명료한 생각이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아파트 배관이나 엘리베이터, 외벽 등 공용 부분을 수리할 때 지출되는 돈을 말한다. 원칙상 임차인이 아닌 임대인에게 부과되는 게 타당하다.

제2의 난방열사를 만들지 않기 위한 조항도 마련됐다. 고의로 난방 계량기를 고장 내거나 고장 난 계량기를 방치하는 식으로 난방비를 줄이려는 꼼수를 막기 위해 계량기 고장으로 난방비를 산정할 수 없는 경우, 동일 면적의 최고값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이 개정됐다.

이번 준칙 개정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는 현대판 노예로 불리는 경비원을 비롯한 아파트 근로자에 대한 인권 존중 내용이다. 경비원 등에게 적정한 보수를 지급하고 처우개선과 인권존중을 위해 노력하도록 규약에 명시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 비리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관리 매뉴얼의 내실화, 구체화와 함께 입주민들의 자발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관리비 내역이나 업체 선정 과정을 꼼꼼히 따져보는 등 스스로 권리를 지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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