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21)이 2일 오후 2시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다. 그는 이날 녹턴 13번, 환상곡 바단조, 폴로네이즈 '영웅'을 선보였다. /사진제공=크레디아
객석 의자에서 등을 반쯤 뗀 채 조성진의 연주에 몰입하던 2500여 명의 관객들은 그가 건반 위에서 손가락을 떼는 순간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이제 막 음악인생이 시작됐다"는 거장의 탄생을 축하하는 박수였다. 만 21세의 그는 제 나이다운 미소를 씩 지으며 관객의 호응에 답했다.
우승 이후 고국 팬들을 처음 만나는 자리. 조성진은 손수건으로 건반을 닦으며 조금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첫 음이 손끝에 닿는 순간 무섭도록 피아노에 빨려 들어갔다. 힘찬 터치 이후 높이 솟아오르는 특유의 테크닉은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지배하듯 곡을 완전히 장악한 것처럼 느끼게 했다.
마지막 폴로네이즈 6번 '영웅'에선 건반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유려한 테크닉이 돋보였다.
"무조건 빠르게 치는 게 아니라 피아노 키보드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쇼팽 음악에 대한 완벽하고 환상에 가까운 이해력을 지니고 있다"고 전한 아르투르 슈클레네르 쇼팽협회장의 평이 수긍이 가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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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의 커튼콜 이후 그는 앙코르곡으로 서정적인 쇼팽의 녹턴 20번을 연주하며 여운을 이어갔다. 그의 연주가 끝나자 마치 '아이돌'가수를 응원하는 듯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여운이 채 가시지 않는 듯 오랫동안 서서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이례적으로 평일 낮에 열린 대규모 클래식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가득 메운 관객들은 '조성진 열풍'을 실감했다. 다만 일부 객석에선 휴대폰 소리가 울리고 곡 중간중간 자리를 이동하는 관객이 많아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21)이 2일 오후 2시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 공연에서 연주하고 있다. /사진제공=크레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