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도 줄고 청약도 줄고"…눈치보기 바쁜 주택시장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6.02.0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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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청약 26개단지 중 12개가 미달…서울 등 대도시만 활기

"분양도 줄고 청약도 줄고"…눈치보기 바쁜 주택시장


지난달 전국에서 청약접수를 진행한 26개 민간 아파트 단지 중 절반 가까운 12개 단지가 공급 가구 수보다 청약 가구 수가 적은 청약 미달을 기록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등으로 주택 경기가 불투명해진 데 따라 주택 구매 시기에 대한 고민이 한층 짙어지는 모습이다.

2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는 총 26개 아파트 단지에 대한 청약 접수가 진행됐다. 이중 1순위 청약 마감한 곳은 7개 단지에 그쳤다. 7개 단지는 2순위에서야 청약을 마쳤고 나머지 12개 단지는 끝내 청약 신청이 공급 가구 수를 밑돌았다.



1월 전체 공급물량은 6225가구로 이중 청약 미달 가구 수는 1004가구에 달했다.

특히 지역별 온도 차가 극명했다. 서울과 대구, 부산 등 대도시 지역은 높은 경쟁률 속에 대부분 1순위에서 청약을 마쳤지만 충북, 전북 등지에서는 청약 신청이 전체 공급 가구 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규모 청약 미달을 기록하는 단지들이 속출했다.



대우산업개발이 충북 음성에서 분양하는 이안 음성대소의 경우, 전체 306가구 중 청약 신청이 3가구에 그쳐 303가구가 청약 미달 물량으로 남았다. 전북 고창에 공급되는 석정힐스 2차 역시 전체 231가구 중 192가구 청약 미달을 기록했다.

불투명한 경기 전망 속에서 주택 공급과 수요가 모두 눈치 보기에 들어간 모습이 역력하다. 올 1월 분양물량은 6225가구로 전년 동기에 비해 약 40% 감소했다. 1000가구가 넘는 대형 단지 분양은 1곳도 없었다. 올 1월 분양단지 중 공급 가구 수가 가장 많은 단지는 롯데건설이 짓는 원주 롯데캐슬더퍼스트 기업도시 9블록으로 총 894가구에 대한 청약을 진행했다.

A건설업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한해 첫 분양은 신경이 쓰이게 마련"이라며 "먼저 시장 분위기를 점검하고 사업을 진행한다는 생각에 분양 시기를 조절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청약미달 가구는 계약일까지 주인을 찾지 못하면 미분양으로 등록된다. 청약 마감 이후에도 업체들의 분양 마케팅은 계속되지만 전통적인 비수기인 데다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강화되는 등 추가 악재도 기다리고 있어 실제 계약 단계에서 청약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업계는 분양사업이 본격화되는 2월을 한층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공급물량이 워낙 적었던 데다 대형 단지도 없었기 때문이다. 연중 주택 거래가 가장 뜸한 비수기라는 점도 청약률을 떨어뜨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B건설업체 관계자는 "올해 분양시장의 진짜 시작은 2월이 될 것"이라며 "평택, 하남, 광주(경기) 등 수도권 분양 성적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2월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31개 단지, 총 2만1379가구로 수도권 11개 단지, 지방 20개 단지가 각각 분양에 나선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 실장은 "2월 공급물량이 늘어나고 설 이후 수요가 다소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되지만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 악재들에 청약시장 전반이 위축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양 실장은 "청약 열기가 많이 식은 만큼 지역·입지별 차별화가 한층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수도권 신도시 분양 물량은 서울 접근성에 따라 청약 성적이 크게 갈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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