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의 그늘…수도권 '연립·다세대' 공실 급증

머니투데이 신현우 기자 2016.01.3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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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확실성 증가…환금성 낮은 연립 매수 꺼려

전세대란의 그늘…수도권 '연립·다세대' 공실 급증


경기도 내 서울 '전세난민'을 타깃으로 한 연립·다세대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 수요가 따라주지 않아 공실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확실성 증가로 환금성이 낮은 연립·다세대 매수를 꺼리는 사람이 늘어난 데다 신축으로 가격마저 올라 메리트가 떨어졌다는 의견이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에 준공된 연립·다세대는 3만9580가구로 전년(3만1708가구)대비 24.8% 증가했다. 전세난 수요와 부동산 경기를 감안해 다수가 연립·다세대 공급에 나섰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전세난에 경기도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늘자 이들을 타깃으로 한 연립·다세대 공급이 단기적으로 급증했다"며 "지난해 인·허가 받은 물량이 여전히 남아 올 상반기 공급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기도 연립·다세대 건설 인·허가 물량은 5만1039가구다.



낮은 환금성과 가격 상승이 공실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경기 일부지역에서 연립·다세대 공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기 불확실성 증가로 감가상각은 큰 반면 환금성이 낮은 연립·다세대 매수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정 연구위원은 "연립·다세대의 경우 싼 가격이 절대적인 메리트인데 신축 빌라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다"며 "투자자의 요구수익률이 높아 공실이 발생하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경기 남양주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을 못받아 연립·다세대를 찾는 수요가 있었지만 최근 공급과잉으로 아파트마저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어 (이 지역) 상황이 더 안 좋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미분양 아파트는 2만5937가구로 전달(2만1809가구)보다 18.9% 늘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연립·다세대 건설 인·허가를 받은 사람이 올 상반기 공급에 나설 수도 있지만 포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도에서 연립·다세대 '떨이 분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부동산경기가 안 좋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아파트보다 경기 변동에 더 취약한 연립·다세대 미분양이 더 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매시장에서도 연립·다세대의 인기는 줄고 있다.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1월28일 기준) 경기도 연립·다세대 경매 낙찰가율은 72.4%로 지난해 1월(76.84%)보다 4.44% 줄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낙찰가율은 물건의 가격적인 부분과 연관이 있다"며 "낙찰가율 하락은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해당지역 물건을 보수적인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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