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주택임대 시대의 명암…"월세 전환 가속화할 것"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6.01.21 06:05
글자크기

[대기업 주택임대사업 '원년'] "서비스 좋아지지만 골목상권 침해 우려"

최근 주택임대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디벨로퍼(부동산개발사)와 외국자본 사례. / 자료=머니투데이 이승현 디자이너.최근 주택임대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디벨로퍼(부동산개발사)와 외국자본 사례. / 자료=머니투데이 이승현 디자이너.


임대주택에 대한 편견이 깨지고 있다. 과거 임대주택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사는 곳이었다면 최근엔 '선택'의 개념이 돼 버렸다. 집에 대한 개념이 '소유'에서 '거주'로 바뀌면서 돈이 있어도 임대주택에 머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주택임대사업에 서둘러 가세하고 있다. 대기업 진출에 대한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통한 전·월세 가격 안정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맞는 다양한 임대주택 공급, 임대 서비스 개선 등 기대가 있는 반면 월세전환 속도를 빠르게 해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것이란 지적도 여전하다.



◇생계형 임대업자 '타격'…임대료 상승 '농후'
우선 기업들이 주택임대사업에 뛰어들면서 가장 좋아진 점은 기존 분양 아파트보다 입주민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 그룹사의 건설업체는 종전 임대주택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아이디어를 도입해 제공할 예정이다. 계열사를 통해 세입자에게 TV·냉장고·에어컨·세탁기·비데 등 가전제품을 싸게 빌려주는 것이다.

부동산업계에서도 안정적인 월세 공급이 이뤄지는 만큼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이 확보된다는 측면에서 반기는 분위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기업들의 주택임대사업 진출이 장기적인 주거 안정을 보장해 과도한 '전세쏠림' 현상을 막고 월세 시장으로 분산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말했다.



다만 대기업이 주택임대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기존의 생계형 임대업자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기업 임대관리업체들과 시설면에서나 서비스면에서 비교가 될 수 없는 만큼 입주자 유치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다.

지난 정부에서 도시형생활주택을 허용해 원룸형 임대사업자를 양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생계형 임대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닮은 꼴이다. 물론 같은 이유로 임대시장의 서비스가 개선되고 임대료가 내려가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영진 고든리얼티파트너스 대표는 "생계형 임대사업자들도 이제는 주먹구구식 관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임대관리기법을 배우고 서비스로 무장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임대료를 낮춰서라도 공실을 줄이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하지만 이는 대기업 임대주택 임대료가 적정 수준일 때 가능한 얘기다. 기업형 임대주택은 어디까지나 민간이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정부가 임대료 수준을 일일이 통제하기가 불가능하다. 서비스의 질이나 좋은 시설을 앞세워 주변 시세보다 임대료를 높게 책정해도 상대적 약자인 세입자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기업형 임대주택이 결과적으로 월세 부담을 키울 것이라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적정 월세를 받기 위해서 임대료를 상향평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세입자 입장에선 월세전환이 가속화되고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며 "일본 기업처럼 서비스를 규격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꼬집었다.

일본 역시 주택임대와 관리서비스를 결합한 기업형 종합부동산서비스 초기 월세 가격이 뛰는 시행 착오를 겪었다. 월세 임대료와 서비스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해당 임대주택 브랜드를 소비하는 가구 수가 일정 수준 이상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종합부동산서비스업의 손익 분기점을 가입 가구 1만가구 이상으로 보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