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선거구 획정 불발, 후폭풍?

머니투데이 박용규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2016.01.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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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선거구 획정에 선거법은 '뒷전'…재검표의무화 논란

[런치리포트]선거구 획정 불발, 후폭풍?


여야가 선거구 획정을 놓고 힘겨루기 하는 통에 예비후보자 선거운동 요건 완화, 출구조사 거리 제한 변경 등 선거법 개정안도 발이 묶였다. 공직선거법을 심사해야 하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법안심사 일정도 잡지 못해 이들 법안의 19대 국회 처리여부는 불투명하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선거구 획정과 선거연령 조정 외에도 선거제도와 관련된 상당수 법안들이 심사 대기중이다. 당초 안행위는 지난 6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이들 법안을 논의하려고 했으나 불발됐다.



여야가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하고자 했던 공직선거법 중 논란이 된 것은 전체 선거구의 5%에 해당하는 개표소에서의 재검표 의무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다.

현행법에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한 재검표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간 투표시마다 개표 오류에 대한 문제제기가 적잖았던 만큼 재검표를 의무화에 개표의 투명성을 제고하자는 취지다.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 제한을 완화하는 법안도 급하다. 현행법에서는 후보자와 후보자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그리고 후보자와 배우자와 함께 다니는 사람중 한명만 명함배부 및 지지호소가 가능하다.

개정안들은 배우자가 없는 경우나 배우자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경우에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어 이를 특정인을 지정해 후보자간 형평을 맞추자는 것이다.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3년 4월에 후보자의 명함배부를 후보자외 지정한 5인까지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같은당 김상희 의원은 4명까지 확대하는 안을 내놨다. 박수현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현행 후보자 및 배우자에서 후보자의 형제자매까지 포함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경선 불복자에 대한 출마금지를 담은 법안도 있다. 나경원 외교통일위원장이 지난해 4월에 발의한 공직선거법은 현행 여성후보자의 30% 공천을 권고하고 있는 조항을 강제조항으로 바꾸고 당헌 당규에 따르는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의 무소속 출마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외에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현행 50m 밖에서 하게 돼 있는 출구조사를 30m로 줄여 출구조사의 정확도를 제고하겠다는 취지의 법안도 이날 심사 대상 법안이었다.

예비후보 선거운동 허용…'현역' 위한 배려?

[런치리포트]선거구 획정 불발, 후폭풍?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1일 선거구가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예비후보자들의 등록 및 선거운동을 허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서 현역의원들의 선거운동을 위해 현행법을 '편법'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선관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20대 총선 예비 후보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논의한 끝에 이날부터 올해 1월 1일부터 중단됐던 총선 예비후보자들의 등록을 재개키로 결정했다. 그동안 유예해 왔던 선거운동 단속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내놨다.

이인복 중앙선관위 위원장은 "선거구 공백사태로 예비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이 제약되는 것은 선거운동의 균등한 기회 보장과 국민의 알 권리 등 헌법적 가치가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과 신규 등록 허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여야가 전날 3+3회동을 통해서 선관위에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 허용을 권고한 직후에 나온 결정이었다.

작년연말까지 현역의원들 중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의원은 9명에 불과하다. 전날 선관위 결정이 없었다면 나머지 대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선거운동을 할 수없는 상황이었다. 예비후보자 등록 및 선거운동 허용에 대한 여야의 권고와 선관의 편법적인 결정이 사실상 현역 의원들을 위한 배려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새해부터 선관위가 예비후보자들의 등록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서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예비후보 등록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정보고 기간이 끝나는 선거일 90일부터는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현역의원들이 더 불리해진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현행법상 선거일 90일 이전부터는 의정보고가 전면 금지된다. 현역 의원들의 경우 의정보고회 및 의정보고서 발송 등을 통해서 사실상 선거운동을 해 왔었는데, 선거일 90일 이전부터는 이런 유리함이 없어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선거운동이 계속 금지됐다면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현역의원들이 예비후보자들에 비해서 더 불리한 조건이 되는 상황에 처한다.

현행법에 선거운동은 예비후보 등록을 마쳐야만 가능하다. 예비후보자가 자격을 얻어야만 선거사무실 운영 및 선거용 현수막 등의 옥외 설치가 가능하다.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는 예비후보자들로서는 최소한 선거운동 수단이었던 셈이다. 반면 현역 의원들은 의정보고회를 통해서 사실상의 선거운동이 일상적으로 가능해 형평성 문제가 있어왔다.

한편에서는 이런 선관위의 이번 결정이 '편법'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선관위는 전날 예비후보등록 재개 입장을 밝히면서 선거구역표가 없는 상황을 감안해 기존 선거구를 적용키로 했다. 현행 선거구의 법적 효력이 상실된 상황에 선관위가 자의적으로 기존 선거구를 토대로 예비후보를 등록시키는 것은 현행법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획정위 손대려는 與, 속내는…'비례대표제 논의는 안돼'

김대년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악청사에서 열린 획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5.10.8/뉴스1김대년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악청사에서 열린 획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5.10.8/뉴스1
선거구 획정이 미뤄지자 새누리당이 결국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의결방식을 변경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국회 밖 독립기구인 획정위의 획정위원 추천방식과 의사결정방식까지 고쳐서라도 선거구 획정을 매듭짓겠다는 것이다.
여당은 직권상정을 언급하면서까지 해당 개정안에 대한 국회처리를 강하게 요구하지만 소관 상임위원회는 의사일정조차 계획이 없다. 또 야당이 권역별비례대표제 또는 최소의석수 등의 선거제도 개선방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 해당 개정안의 국회처리 전망은 불투명하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8일 새누리당은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위원 추천방식과 의결방식을 변경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대표발의한 해당 개정안에는 현행 여야가 8명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명을 추천하게 돼 있는 획정위원을 여야가 6명, 선관위가 3명을 추천하는 내용이다. 의결방식도 현행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한 것을 과반으로 변경하는 것도 포함됐다.

이는 그간 선거구 획정위가 수십차례 회의에도 불구하고 합의된 획정안을 내놓지 못하는게 현행 여야 동수로 구성된 획정위 구성상 의결이 불가능한 구조였다는 이유에서다.

김 정책위의장은 전날 해당 개정안에 대해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대비해 발의한 법이지만 선거구획정은 룰에 관한 것인만큼 여야 합의로 처리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야당도 합의처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직권상정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선거구 획정위 관련 조항을 개정하려는 것은 획정안을 서둘러 마련해 선거구 공백을 막는다는 명분외에도 야당에서 원하는 선거제도 변경 요구를 막겠다는 의도도 있다는 관측이다.

현행법상 선거구 획정위는 선거구역을 정하는 권한만 있을뿐 선거제도 등에 대해서는 논의할 권한이 없다. 여당 입장에서는 선거구 획정위의 획정안이 마련돼 국회로 넘어오는게 현재로서는 중요하다.

획정안이 국회로 넘어온다면 선거구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한 선거법의 직권상정 요구에는 더욱 명분이 생긴다. 여당은 그간 비례대표제 개선등은 논의에 시일이 많이 걸리니 선거구 획정만 우선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었다. 획정위에서 획정안이 넘어온다면 이런 그간의 주장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의 직권상정 여부를 포함해 국회 논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당 개정안을 논의해야할 안전행정위원회는 지난 6일 법안심사소위원회가 파행된 후 이후 일정을 잡고 있지 못하다.

직권상정 여부를 결정할 의장실에서도 부정적이다. 의장실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발의한 공직선거법은 직권상정 요건이 안된다"면서 "소관 상임위원회인 안행위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후보자 불만도 해소…선거구 공백 장기화 우려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국회가 사실상 올스톱 상태로 들어가면서 28일 예정된 본회의마저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기국회 종료 직후 소집된 임시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2015.12.24/뉴스1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국회가 사실상 올스톱 상태로 들어가면서 28일 예정된 본회의마저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기국회 종료 직후 소집된 임시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2015.12.24/뉴스1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1일 예비후보자 등록 재개와 선거운동을 전격적으로 허용하면서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혼란에 급한불은 껐다. 대다수 예비후보자들의 불만을 잠재운 상황에 선거구 획정 논의의 동력은 더욱 약해져 자칫 '선거구 공백'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선거구 획정 외에도 서비스산업발전법안과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노동5법 등 쟁점법안에 대한 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황에 이런 전망은 더욱 힘을 얻는 상황이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은 공천룰을 놓고, 야권은 탈당과 신당창당으로 어수선한 상황에 선거구 획정 논의는 말만 무성할 뿐 이렇다 할 접촉도 없다. 1월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여야는 기본적인 의사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법과 테러방지법, 노동5법 등 여야간 쟁점법안이 많지만 소관 상임위원회 논의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더군다나 여야 합상의 핵심 인사인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오는 18일 귀국예정으로 해외일정을 떠나 여야간 협상은 당분간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야간 협상이 더딘 와중에 중재를 나섰던 정의화 국회의정도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정치권이 일시에 선거구 획정 논의에 동력을 상실하게 된 데는 여야 내부사정을 제외하고 전날 선관위 결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작년 연말부터 선거구 공백을 우려한 예비후보자들의 소송과 고발 등이 이어지면서 국회의 선거구 획정 지연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선거구 획정위 논의 마저 불발됐다.

선관위는 작년 연말 예비후보자들에 대한 선거운동 단속 유예를 잠정 결정했다. 다만 12월 임시국회 회기인 지난 8일까지 여야 협상을 지켜본후 최종 결정을 하겠다는 단서를 달어 국회 논의를 재촉했지만 결국 여야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런 정치권의 선거구 공백으로 발생한 우려를 해소한것은 전날 선관위 결정이었다. 예비후보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선거일 90일 이전부터 동일한 처지에 놓일 현역의원들도 구제한 것이다.

선거일 90일전인 14일이 되면 현역의원과 예비후보자간사실상 선거운동상에 차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선거일 90일 이전부터는 현역의원들이 사실상 선거운동 수단으로 이용했던 의정보고가 금지된다.
이런 상황에 정치권에선 선거구 공백의 장기화 우려도 나온다. 그나마 예비후보자들의 요구라도 있었기에 선거구 획정을 위해 협상을 시도했었지만 이마저도 해소된 상황에 여야가 시급하게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여당의 원내대표가 사전에 확정된 일정이지만 해외 일정을 강행하는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더한다.

다만 일부 조정 대상 지역구 예비후보자들의 문제제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선거구가 어떻게 그어지는에 따라 선거운동 지역이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지역구에서는 선거구 획정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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