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회장과 나폴레옹 황제의 애호 와인

머니투데이 고재윤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 2016.01.1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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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와인]프랑스 주브레 샹베르탕(Gevrey Chambertin) 와인

편집자주 기업인,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 명사들이 좋아하는 와인을 소개하고 그 와인 속에 얽힌 에피소드를 전달합니다.

주브레 샹베르탕 와인 및 프랑스 샹베르탕 마을과 포도밭 전경/사진제공=고재윤 교수,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주브레 샹베르탕 와인 및 프랑스 샹베르탕 마을과 포도밭 전경/사진제공=고재윤 교수,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가장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신토불이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 떼루아(terroir)를 와인 양조에 적용하듯이, 기업의 CEO도 외부환경과 내부환경을 기업경영에 적절히 반영, 경쟁우위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야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아시안 뷰티의 선구자이자 세계 톱5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삼고, 최고의 원료와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를 창조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있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서경배 회장의 성공신화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로 빚어 낸 아름다움을 창조한다’는 아모레퍼시픽 (168,700원 ▼4,700 -2.71%)의 경영철학이 있기에 가능했다.



서 회장은 경제 매거진 포브스 아시아(Forbes Asia)의 ‘2015 올해의 기업인(2015 Businessman of the Year)’에 선정됐고, 앞서 포브스는 지난 8월 세계의 ‘100대 혁신기업’ 명단에 아모레퍼시픽을 28위로 선정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 뷰티업계를 리드하는 서 회장이 즐겨 마시는 와인은 어떤 와인이며, 그 와인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 회장은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한국인 부인 박재화씨와 일본인 남편 나카다 고지씨가 운영하는 루뒤몽(Lou Dumont)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레드와인 ‘주브레 샹베르탕(Gevrey Chambertin)’을 즐겨 마시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고 알려져 있다.



'주브레 샹베르탕'은 나폴레옹이 즐겨 마시던 와인으로 일명 '나폴레옹 와인'으로 불리고 있다. 프랑스의 위대한 영웅 나폴레옹은 "주브레 샹베르탕 와인 한잔을 바라보는 것 이상으로 미래를 장밋빛으로 만드는 것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는 '주브레 샹베르탕' 와인을 마시면서 자신의 꿈을 키웠고 '나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라는 것을 몸소 실천했다.

나폴레옹은 남아프리카공화국 근처에 있는 세인트 헬레나(Saint Helena)섬에 유배됐을 때도 '주브레 샹베르탕' 와인 한잔을 마시고자 간청한 걸로 유명한데 끝내 마시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서 회장도 '주브레 샹베르탕' 와인을 마시며 나폴레옹이 성취한 것처럼 세계 뷰티업계를 리드하는 황제가 되는 꿈을 꾸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그 많은 와이너리 중에서 루 뒤몽(Lou Dumont) 와인은 부르고뉴의 와인 중 동양의 향기가 가장 진하게 묻어나는 와인으로 동양의 철학과 사랑이 담긴 와인이다. 프랑스 부르고뉴 현지인이 아니면 양조를 할 수 없다는 불모지에 박재화씨 부부는 2003년 3월 동양인 최초로 어려운 역경과 환경을 무릅쓰고 오직 부르고뉴 최고의 와인을 만들겠다는 집념 하나로 양조를 시작했다.

레이블도 한문인 천지인(天地人)으로 부각시키며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웠다. 특히 일본의 베스트셀러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 9권에 루 뒤몽의 화이트 와인 '뫼르소(Meursault) 2003'가 소개됐고, 34권에 ‘주브레 샹베르탕(Gevrey Chambertin) 2006’이 소개되면서 아시아뿐만 아니라 와인의 종주국 프랑스에서도 유명세를 타게 됐다.

서 회장이 루 뒤몽의 와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자신이 화장품의 본고장인 프랑스에 도전장을 내고, 또 국내의 척박한 기업 환경 속에서 화장품의 한방 프리미엄 브랜드 ‘설화수’로 아시아에서 고객 품질 만족도 및 브랜드 선호도 1위로 프랑스 샤넬을 위협하는 기업을 일군 것처럼, '하늘(天)·땅(地)·사람(人)'의 자연 친화적인 동양 철학 속에서 루 뒤몽 와인을 손수 만드는 박재화씨 부부의 순수한 노력에 감동을 받지 않았을까 유추해본다.

루 뒤몽 '주브레 샹베르탕' 와인은 부르고뉴의 웅장한 자연 섭리를 연상시키고, 맑고 선홍색이 감도는 루비색으로 꽃다발이 연상될 만큼 풍부한 가죽향, 오크향, 과일향이 풍부하다. 특히 붉은 과일향과 바닐라향이 일품이며, 동양의 특유한 감칠맛이 부드럽게 감싸주어 닭고기, 오리고기, 연어, 참치, 해산물요리 그리고 양념 돼지고기요리에 잘 어울린다.

한방 화장품 ‘설화수’는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모두 수용한 신비의 화장품으로 국내외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동양적인 이미지로 아름다운 미(美)의 가치를 극대화했다. 이제 '설화수'가 세계적인 유명 화장품 메이커들이 가장 도전하고 싶은 한방 화장품이 된 것처럼,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도 세계 최고의 와인 메이커들이 마지막으로 양조에 도전하고 싶은 포도품종으로 너무나 민감하고 까다로우면서도 요구하는 조건이 하나라도 빠지게 되면 최악의 와인이 되고 마는, 양조가의 고난도 수작업과 섬세한 노동 그리고 지치지 않은 열정이 필요한 와인이다.

서 회장은 1987년 아모레퍼시픽(당시 태평양)에 입사하며 경영에 뛰어들었고, 2013년 회장으로 취임한 뒤 '아시안 뷰티'를 기반으로 중동, 남미, 캐나다까지 비즈니스 영토를 확장했다. 그리고 2015년 창립 70주년을 맞이해 '원대한 기업'(Great Global Brand Company)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서 회장은 루 뒤몽 '주브레 샹베르탕' 와인을 마시면서 '아시안 뷰티로 차원이 다른 아름다움을 미지의 땅에 전파 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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