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로봇산업 성공하려면…"로봇은 최적의 광고도구"

머니투데이 도쿄(일본)=류준영 기자 2016.01.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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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릿츠메이칸대 첨단로봇연구소 이주호 교수

편집자주 기계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시대가 올까. 얼마전까지만해도 명확한 답변을 못 내린 이 질문에 이젠 "그럴 수 있다"는 쪽에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구적 인간의 마지막 발명품'이라 부르는 ‘인공지능(AI)’를 올해 ICT(정보통신기술)계 화두로 꼽는다. AI가 인간을 도울 것이라는 낙관과 인간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비관이 교차한다. 확실한 것은 AI와 이를 기반으로 한 '지능형 로봇'의 활약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기업들은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등으로 훈련시킨 AI로 시장 패권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이들은 이전보다 더 편리한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다른 한편에선 인간이 AI에 밀려 무능한 존재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피할 수 없는 AI 시대, 우리는 어떻게 맞이하게 될까.

韓 로봇산업 성공하려면…"로봇은 최적의 광고도구"


“신문이 광고로 돈을 벌 듯, 로봇도 널리 보급되기 위해선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비슷한 수익모델이 있어야 합니다. 로봇은 구글 등 포털사이트보다 개인별 맞춤형 광고를 구현하기 좋은 최적의 도구입니다. 인간에게 가장 근접한 거리에 항상 있는 로봇은 각종 센서 등을 통해 이용자 정보를 24시간 획득하죠. 이 정보에 맞춰 광고를 노출하는 겁니다. 예컨대 이용자 움직임이 평소보다 둔해지거나 체온·맥박·혈압 등에 변화가 생겼다면 건강식품 등을 추천해 줄 수 있는 거죠.”

일본 이동통신업체 소프트뱅크의 감성 인식 로봇 ‘페퍼’, 사람의 감정을 읽어 적절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설계된 이 로봇 가격은 19만 8000엔(약 177만원·세금 별도). 하지만 ‘페퍼’의 적정 가격은 현 판매가에 10배 가량 높다는 게 소프트뱅크 관계자의 설명이다. 소프트뱅크는 앞서가는 첨단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란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 페퍼 가격을 낮춰서 공급했다. 로봇 전문가들은 지금 로봇 보급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비싼 가격’을 꼽는다.
이주호 릿츠메이칸대 첨단로봇연구소 교수는 “유례없는 저출산, 급속한 고령화 시대를 맞아 우리도 로봇시장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로봇을 광고플랫폼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이주호 교수/사진=류준영 기자 이주호 교수/사진=류준영 기자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약 1억 2500만명)의 26.4%에 달하는 일본, 2060년이 되면 이 비율이 40%에 달할 전망이다. ‘초고령화 사회’에 이른 일본은 미혼인 노년층이 노년 부모를 모시고 살아가는 일종의 ’노노개호(老老開戶)‘ 사례가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나이 든 부모를 수발하기 위해 매년 일본 직장인 10만명 이상이 사직서를 내고 있다. 일본 중산층 붕괴 원인이다. 일본 정부는 경제활동 인구 감소 문제를 타개할 유일 수단으로 로봇을 지목하고, 신로봇 전략을 수립했다.
한국도 일본과 처지가 비슷하다. 최근 통계청에선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23명으로 세계 국가 중 4번째로 낮은 반면 한국의 기대수명은 81.3세로 14번째 높다고 추정된다.



이 교수는 로봇 가격을 낮추기 위해 “로봇 기술개발 속도를 지금보다 수 배로 높일 수 있는 ‘오픈소스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자신이 최근 진행하고 있는 연구를 소개했다.

“로봇 SW(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은 충분한 데 하드웨어(로봇)가 고가라서 자신이 직접 프로그램한 SW를 적용해 보지 못하는 연구원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을 위해 ‘리그 오브 에브리바디’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로봇 할(HAL)/사진=사이버다인 로봇 할(HAL)/사진=사이버다인
‘리그 오브 에브리바디’는 로봇을 무료로 테스트할 수 있는 물리적인 장비·시설을 인터넷에 제공한다. 주어진 30분 동안 접속자는 로봇에 자신이 짠 SW를 업로드하고, 작동 결과를 동시 접속자들과 함께 실시간으로 관찰한다. “이 과정에서 개발자들은 테스트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에 대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주고 받아요. 해당 SW는 오픈소스로 모두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일본 로봇 벤처기업 ’사이버다인‘이 개발한 로봇 슈트 ’할(HAL)‘이 일본 정부로부터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다. 일본은 간병 로봇 등을 공적 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 시켰다. 간호로봇 이용료는 9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 교수는 “한 번 체험해 보는 데 한 달 반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개호(介護·간병)로봇사업이 호황을 맞고 있다”며 “노인·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로봇 슈트나 간병·간호용 로봇 등을 임대·구매할 때 필요한 ‘정부 보조금’ 지급 정책에 관해 한국에선 지금부터라도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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