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경매도 '주춤'…온기 식는 부동산시장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5.12.29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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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들어 낙찰가율 4.7%P 떨어지고·입찰자 1.6명 줄어…내년 대출규제에 수익률 우려 투자자 외면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지난 23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양천구 신월동 한 아파트 전용면적 90.6㎡의 3회째 경매가 열렸다. 감정가는 2억4500만원이었지만 2회 유찰되며 최저입찰가가 1억5680만원까지 떨어졌다.

2007년 재건축된 아파트로 지하철역에서 거리가 멀어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낙찰 후 인수할 비용도 없고 가격이 저렴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1명만이 입찰해 감정가의 70%인 1억7200만원에 낙찰됐다. 최근 경쟁이 치열한 아파트 경매시장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란 분석이다.




내년 부동산 경기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들어 입찰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떨어지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년부터 대출받기 어려워짐은 물론 원리금 상환으로 단기투자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이 경매 물건을 외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들어 27일까지 전국에서 진행된 아파트의 경매 낙찰가율은 89.6%로 전달(94.3%) 대비 4.7%포인트 떨어졌다.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80%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88.1%) 이후 10개월 만이다. 특히 지방이 87.2%로 전월(93.7%)보다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최근 신축붐이 불면서 경매시장에서 인기를 끌어온 수도권 소재 단독·다가구주택의 낙찰가율도 44.5%로 전달 대비 35%가량 떨어졌다. 연립·다세대주택 낙찰가율도 같은 기간 80.8%에서 77.5%로 소폭 하락했다.

아파트 경매 평균 입찰자는 올 들어 11월까지 진행된 경매에서 평균 7.7명을 기록했지만 이달 들어 6.1명으로 줄었다. 단독·다가구주택 경매 응찰자도 3.9명에서 3.0명으로, 연립·다세대주택도 4.4명에서 4.1명으로 각각 감소했다.


이달 들어 경매시장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한마디로 경매시장 인기가 떨어지면서 치열하던 경쟁이 느슨해지고 물건에 대한 가치도 떨어졌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로는 내년에도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 은 지지옥션 팀장은 "미국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등이 경매시장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수요자들에게 끼칠 심리적 여파는 클 수밖에 없다"며 "내년 봄까지 시장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입찰에 신중을 기하고 응찰가격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써내는 게 좋다"고 했다.

경매시장 특성상 매매시장보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탓에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원리금 상환 등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매시장이 부동산시장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만큼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들어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영진 고든리얼티파트너스 대표는 "분양시장과 재고시장의 거래가격과 거래량도 경매물건의 증감과 낙찰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앞으로 경매시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내년 부동산시장 회복기대감이 주춤해지고 금리인상 움직임이 본격화하면 갑자기 경매물건이 쏟아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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