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안 끝났다"…4Q 어닝 쇼크 우려 '꿈틀'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2015.12.24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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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산업 위주 '빅베스' 가능성↑, 예측 불가 공포가 불안감 키워

올 4분기 국내 상장 기업들의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60% 넘게 늘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실적쇼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가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막기 위해 수주산업의 회계 처리 강화에 나서면서 올 4분기 조선과 건설을 중심으로 고강도 어닝쇼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존재하는 국내 상장사 196곳의 4분기 순이익 컨센서스는 22조70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2.9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9조2889억원으로 29.5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4분기 실적이 작년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4분기 어닝쇼크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앞서 2분기와 3분기 수조원대 영업손실을 연속으로 기록하며 금융 시장을 흔들었던 수주산업에서 또 다시 대규모 손실 처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는 정부가 지난 10월 수주산업의 회계절벽을 막기 위해 '수주산업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는 등 회계 기준 강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해당 방안에는 예정 원가와 공사진행률, 미청구공사금액, 충당금, 손익변동내용 등을 분기마다 재평가해 공시하는 내용이 담겨 예정대로 해당 방안이 내년부터 시행될 경우 그동안 회계상 반영되지 않았던 손실 규모가 눈덩이 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수주산업 회계 투명성 제고방안으로 건설사들은 4분기에 굉장히 보수적인 회계처리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해외부문의 추가 손실과 보수적인 회계처리가 맞물려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증권가에서 올 4분기 수주산업의 실적 쇼크에 대한 공포가 짙어지는 이유는 앞서 경험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2분기와 3분기에 걸쳐 연달아 수주산업의 수조원대 실적 쇼크를 기록했음에도 증권가에서는 이를 예측하지 못하며 질타를 받은 바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가장 두려운 건 지난번에도 그랬듯이 손실에 대해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라며 "다만 두 분기에 걸쳐 많이 털어낸 만큼 추가 손실 반영금이 크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수주산업에 대한 불확실성과 더불어 계절적 특징도 4분기 실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경험적으로 4분기에는 재고 손실, 임직원 성과급 등 애널리스트가 예상하기 힘든 일회성 비용이 재무제표에 많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상장사들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50%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결국 이를 밑돌았다.

올해 처음 적용되는 기업이익 환류세제도 4분기 실적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과세대상 기업들이 투자나 임금 확대,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세금이 발생하는 만큼 이를 피하기 위해 보수적인 충당금 설정을 실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염동찬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영업이익은 현재 수준 대비 20~30% 낮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연간 영업이익도 110조원 수준까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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