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문재인 대표의 말실수…'말하기의 경제학'

머니투데이 홍찬선 CMU유닛장 2015.12.2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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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이코노믹스]<25>"한마디 말로 천 냥 빚 갚는다", 입은 복과 화의 문(禍福之門)

편집자주 세계 문명이 아시아로 옮겨오는 21세기에 공자의 유학은 글로벌 지도 이념으로 부활하고 있다. 이에 공자라면 얽히고설킨 한국 경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해답을 찾아본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최근의 발언실수로 구설수에 올랐다. 김 대표의 ‘연탄발언’과 문 대표의 ‘노인폄하 발언’이 이슈가 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8일,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아프리카계 학생을 향해 “너는 연탄 색깔이랑 얼굴 색깔이랑 똑같네”라고 말했다. 농담으로 던진 말이지만 인종차별 및 외모비하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상대방의 입장을 깊이 고민하지 않고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문 대표는 지난 20일, 박원순 서울시장 등과 함께 참석한 ‘박근혜 정부 복지 후퇴 저지 토크 콘서트’에서 “바꿔야 된다는 의지가 어르신들에게는 없다”고 발언했다. “어르신 세대는 이 정부(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고통받으면서도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박근혜정부가 잘한다고 지지하고 있다”는 말 뒤에 이어졌다.

박 시장이 곧 “문 대표가 청년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어르신도 중요하다. 어르신 중에도 좋은 분이 많으니까 우리의 지지 세력으로 모셔야 한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김무성 문재인 대표의 구설수, 입은 복과 화의 문(禍福之門)

김 대표와 문 대표의 구설수를 보면 “입은 복과 화의 문이다(口者禍福之門)”라는 (『장자』 외편 추수(秋水)) 말이 떠오른다. 말을 잘 하면 복을 가져 오지만 자칫 잘못하면 재앙을 가져온다는 뜻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말의 중요성을 깨달을 때가 매우 많다. 사무실에서 의식하지 않은 상태로 무심결에 나온 말이나, 술자리에서 취해서 튀어 나온 한마디, 또는 친근감을 표시한다고 툭 던진 농담 때문에 며칠 동안, 아니 평생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 입에서 한 번 나온 말은 아무리 노력해도 다시 주어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말과 행동은 군자의 영예와 욕됨을 좌우하는 추기(樞機, 지도리와 기틀)이며 천지를 움직이는 근거이니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군자가 하는 말이 선(善)하면 천리 밖에서도 응하며 선하지 않으면(不善) 천리 밖에서도 어기기 때문”(『주역』 계사상전 8장)이라는 설명이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子貢)은 이를 ‘사불급설(駟不及舌)’이란 말로 경고했다. 이 말은 “네 마리 말이 끄는 빠른 마차도 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한번 내 뱉은 말은 빨리 퍼지고 주어 담을 수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온라인 뉴스나 카카오톡 같은 SNS가 없던 2500년 전에도 이러했는데, 말하는 순간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퍼지는 요즘에는 말조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말은 어눌하게 천천히 하고 실천은 아주 빠르게

공자는 이를 감안해 말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는 “군자를 모실 때 저지르기 쉬운 3가지 잘못이 있다(侍有三愆, 시유삼건)”고 했다. “묻기도 전에 먼저 말하는 것은 조급한 것이며(躁, 조), 윗사람이 말을 했는데 대답하지 않는 것은 감추는 것이고(隱, 은), 윗사람의 안색을 살피지 않고 떠드는 것은 눈이 먼 것(瞽, 고)”이라는 말이다(『논어』 계씨(季氏)편)

말을 할 때는 조급해서도, 감추지도, 눈이 멀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은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골라서, 말을 해야 할 때는 또박또박 간결하게 말하되, 반드시 필요하지 않는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아서는 곤란하다는 뜻이다.

공자는 말만 하는 것보다 행동과 실천을 더 앞세워야 함을 중시했다. “군자는 말을 어눌하게 하고 실행은 빨리 하고자 한다(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거나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은 실천함이 꺼낸 말에 미치지 못함을 부끄러워해서다(言之不出 恥躬之不逮)”라는 언급(『논어』 이인(里仁)편)은 이를 잘 보여준다.

한 발 나아가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들을 경계했다. “말 잘하고 얼굴빛 잘 꾸미는 사람 중에 어진 사람은 드물 것이다(巧言令色鮮矣仁)”(『논어』 학이(學而)편)고 강조한 것이 그것이다.

공자가 제자인 재여(宰予)를 심하게 나무란 것이 대표적 예다. 그는 재여(宰予)가 낮잠을 잔 것을 보고 “썩은 나무에는 조각할 수 없고 썩은 흙으로 쌓은 담장에는 흙손질을 할 수 없다(朽木不可雕 糞土之墻不可杇) 예전에는 사람을 대할 때 그의 말을 듣고 행실을 믿었는데 이제는 그의 말을 듣고 반드시 행실을 살펴보게 됐다. 이것이 다 재여 때문”(『논어』 공야장(公冶長)편)이라며 돌직구를 날렸다. 이 말을 들은 재여는 아마도 눈물을 쏙 뺐을 것이다.

◇말하기의 미학과 말하기의 경제학; 한마디가 천 냥 빚 갚는다

말을 조심스럽게 하고 행동과 실천을 중시해야 한다는 공자의 가르침은 자공(子貢)에게 ‘말하기의 미학’으로 나타났다. 『논어』 술이(述而)편에 나오는 다음의 대화는 ‘말하기의 미학’과 ‘말하기의 경제학’을 보여준다.

염유(冉有)가 “선생님은 위(衛)나라 임금을 위해 일할 것인가?”라고 묻자 자공이 공자의 방으로 들어가 공자와 나눈 대화다.

“백이 숙제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伯夷叔齊何人也)”(자공)
“옛날의 현인이셨다(古之賢人也)”(공자)
“그들은 (벼슬을 버리고 수양산에 숨어살다가 굶어 죽은 것을) 원망했을까요?(怨乎)”(자공)
“인을 구해서 인을 얻었는데 무슨 원망이 있었겠느냐?(求仁而得人又何怨)”(공자)

이런 대화를 나눈 자공은 밖으로 나와 염유를 비롯한 제자들에게 “선생님은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공은 공자에게 “위나라에서 일할 것인지?”를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반면 군자로 추앙받고 있는 백이숙제에 대한 질문을 함으로써 ‘공자의 뜻’을 확인한 것이다.

불필요한 말은 다 자르고, 껄끄러운 질문을 단순하고 명확하게 돌려 말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답을 구하는 것. 말을 많이 함으로써 저지를 수도 있는 잘못을 미연에 방지하고, 상대방의 불쾌함도 방지하면서, 알고 싶은 것은 은연 중에 다 알아내는 공자와 자공의 이 대화야말로 갈수록 중요해지는 ‘말의 미학’과 ‘말의 경제학’을 잘 보여준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 속담도 이를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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