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매각, 누가 가져 가야 하나?

머니투데이 김재호 리딩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2015.12.2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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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뒤집기]증권업 전체가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

편집자주 등락을 반복하는 주식시장에서 탐욕과 공포를 조절하여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찾아봅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지난 21일 KDB대우증권 (7,590원 ▼140 -1.81%) 매각 본입찰이 마감됐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B금융지주 등 3파전을 펼쳐온 금융사와 함께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까지 예비입찰 자격을 얻은 4곳 모두 참여했으며, 매각가치 극대화, 조속한 매각, 국내 자본시장 발전 기여라는 매각원칙과 국가계약법상 최고가 원칙에 따른 평가절차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오는 24일 산은의 '금융자회사 매각추진위원회'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선정되며, 기본적으로는 3개 금융사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후보자가 유리할 전망이다.



본입찰을 전후해 대우증권 안팎에서 누가 인수자가 돼야 한다는 논의가 뜨겁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우선협상자가 어디로 결정될 것인지에 따라 향후 증권업계의 전체적인 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IMF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은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4대 금융지주 회사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증권회사의 경우 2000년 초 추가로 인가를 받은 회사들까지 진입하면서 경쟁환경이 더욱 치열해진 상황에서 뚜렷한 마켓 리더가 없어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 만한 대형 IB가 아직 출현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은 물론 보험 등 다른 금융권역에서는 굳건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삼성증권 조차도 증권업계에서는 시장점유율을 10%를 확실하게 넘기지 못하면서, 업무 영역에 따라 대우, NH, 한국투자, 신한금융투자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한국투자, 대우, 삼성, NH투자증권 등 한국 상위권 증권사들의 시가총액은 3조 ~ 3.4조 원 수준으로 2.9조 엔(35조원) 규모의 노무라증권의 1/10 수준에 불과하며, 중국 중신증권에 비해서도 1/11 수준에 그친다. 심지어는 동양증권을 인수한 대만의 유안타 금융그룹에 비해서도 70% 수준 밖에 안된다.

따라서, 이번 대우증권 (7,590원 ▼140 -1.81%)의 매각을 계기로 우리나라 증권업계도 대형 IB 출범을 통해 글로벌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업은행의 매각원칙에도 포함돼 있지만, 누가 대우증권을 인수하는 것이 우리나라 자본시장 전체의 발전에 기여할 것인가 하는 점이 가장 중요한 판단 요소가 돼야 할 것으로 본다.


증권산업은 특성상 업황의 변동성이 크고, 위험과 수익에 대한 정확하고 빠른 판단과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오너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거나 경영진에게 확실한 권한을 위임해 경영을 하고 있는 증권업 전업 회사들과 보수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시장대응에 다소 둔감한 일부 은행계열 증권회사와의 경쟁력 격차는 생각보다 크게 나타난다.

IMF 금융위기 이후 같은 시기에 각각 은행지주회사와 증권회사로 인수된 이후에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대형 투자신탁회사의 현재 모습이 하나의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은행 그룹으로 인수가 된 대한투자신탁(현 하나금융투자)과 동원증권에 인수가 된 한국투자신탁(현 한국투자증권)의 업계 위상이 10여 년이 지난 지금 하나금융투자는 자기자본이 1.7조원의 중형사 수준에 머물러 있는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이 3.3조원에 달하는 대형사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가며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따라서, 은행권에서 조차 마켓 리더로서의 위상을 신한은행에 내 주고 있는 KB금융보다는 산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오너와 경영진이 있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 업황의 변동에 능동적으로 대처가 가능한 증권업 중심 금융그룹이 대우증권 (7,590원 ▼140 -1.81%)을 인수하는 것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발전에는 좀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브로커리지, IB등 증권업 전체 업무영역에서 상위권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이나 글로벌 자산관리 및 연금분야에 강점이 있는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하게 될 경우 자기자본이 7~8조원에 달하는 대형증권회사의 출범과 함께 보다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의 대형 증권회사에 비해 순자산 규모가 2배 수준이 되는 합병증권회사가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는 모습이 실현될 경우 다른 대형증권사들 간의 합병이 촉진되는 계기가 되면서 증권산업 전체가 한 단계 레벨업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편, 대우증권의 매각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이달 초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도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하여 자기자본 7조원대의 증권회사가 연간 1조원대의 이익을 내게 되면 한국 증권업계의 위상이 달라지는 효과와 함께 자기자본 3조~4조원대의 다른 대형증권사들의 대형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는 금융투자업계의 대표로서 업계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좁은 국내시장에서 과도한 제살깍아 먹기식 수수료 경쟁으로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 자생력을 잃어가고 있는 증권업계의 현실에서 대우증권의 매각을 산업 전체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하는 희망을 담은 발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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