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계가 최근 불거진 비리사태에 허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하필 우유소비가 급감하는 겨울방학을 앞두고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8,040원 ▲40 +0.50%) 최고경영자와 오너일가가 포함된 납품비리사건이 터져서다.
특히 유업계 비리가 유제품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검찰 발표는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우유가 안 팔려서 어렵다더니 뒤통수를 맞았다'는 비난에 해당 업체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평소 9만톤 수준이었던 우유 재고량은 지난해 23만2000톤으로 늘어난 뒤 올해 10월에는 25만2225톤까지 증가했다. 올 겨울방학을 기점으로 사상 최대 재고량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가 줄면 생산도 같이 줄여야 하는 게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다. 하지만 현행 '원유가격연동제' 아래에선 이러한 정상적인 시장기능이 불가하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원유생산비와 물가상승률 등 생산비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다. 항상 인하 요인보다 상승 요인이 많을 수 밖 에 없다. 원유가격연동제를 당장 폐지하기 어렵더라도 수급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보완책이라도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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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번에 적발된 유업계 비리는 합당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유업체들도 치열한 반성과 자정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사상 최악의 위기에 처한 유업계는 그동안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등 기간산업 역할을 해왔다. 우유 산업은 비리만 걷어내면 여전히 국민들에게 충분히 이로운 분야다. 비리사건을 이유로 우유시장 정상화 노력까지 폄훼되거나 폐기처분 되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