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월급 120만원'에 반기 든 국회 인턴

머니투데이 박경담 기자 2015.12.1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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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피플]국회 인턴유니온 이영철 위원장

국회인턴유니온 이영철 위원장/사진=박경담 기자국회인턴유니온 이영철 위원장/사진=박경담 기자


"인턴이 문제제기하면 '당신 말고도 할 사람 많다'는 말이 시선이 많은데 그렇다면 현 구조는 이대로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국회 인턴 노조인 '국회 인턴유니온'을 10월 설립한 이영철 위원장(27·김제남 정의당 의원실 인턴)은 인턴 월급 120만원이 9년째 동결된 현실에 반기를 들었다. 마침 올해 국회 운영위원회는 인턴 기본급 10만원 인상을 결정했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없던 일'이 됐다. 다른 공공기관 인턴과의 형평성이 이유였다.

'청년유니온'과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 활동을 하던 이 위원장에게 국회 인턴은 세상을 직접 바꿀 수 있는 통로였다. 지난해 7월 김제남 의원실에 합류한 그는 입법 활동에 '열정'을 쏟았다. 이 위원장이 받은 첫 '페이' 120만원은 평소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한 보람이 담긴 만족스러운 대가였다.



하지만 인턴 생활에 적응하면서 근무 환경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의원실마다 인턴을 2명 둘 수 있는데 주로 보도자료 작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 등 공보 작업과 정책 활동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관 인턴은 교육훈련 프로그램이지만 국회 인턴은 질의서 작성, 산하기관 감시 등 보좌진 업무와 유사해 다른 인턴과 같이 비교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인턴유니온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가 실시한 인턴실태조사에 따르면 국회 인턴의 주당 평균 노동 시간은 58.8시간이고 주당 70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3%였다. 인턴 기본급 120만원은 올해 최저임금(116만 6220원)보다 높지만 근무 환경을 감안하면 실제 임금이 최저 임금보다 낮다는 게 인턴유니온 주장이다.



이 위원장은 국회의 독특한 구조가 '열정페이'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 인턴이나 보좌진으로 진급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일을 오래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원들도 업무를 잘 알고 있는 인턴을 계속 데리고 있으려고 한다. 인턴 기간에 결혼한 조합원도 2명 되는데 이 분들은 인턴 생활을 3~5년 넘게 했다"고 말했다.

국회 인턴의 고용 환경도 불안하다. 의원 1명당 연간 허용된 인턴 고용 범위는 인턴 2명, 22개월이다. '장수 인턴'의 경우 퇴직금 지금 기준(1년 이상 고용)을 피해 11개월짜리 계약을 맺은 뒤, 의원이 자신의 세비로 한 달 월급을 지급하고 다시 11개월을 계약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현재 근무 중인 국회 인턴 562명(정원 600명) 중 퇴직금을 받는 이는 30명 정도라 '고용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게 위원장 설명이다. 이에 대해 사측 격인 국회 사무처는 인턴 고용 기간을 22개월에서 24개월로 늘리면, 인턴 한 사람에게 24개월을 몰아줘 상시 근로자로 전환될 수 있어 인턴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7일 국회 사무처와 첫 교섭을 마친 이 위원장은 19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작은 성과라도 내고 싶다며 '인턴제도개선위원회' 설치를 중점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국회인턴유니온에는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소속 국회 인턴 30명 정도가 조합원으로 있다. 진보와 보수가 가장 선명하게 나뉜 정치권에서 인턴과 청년 문제에 대해 하나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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