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 한푼 안들이고 매달 50만원씩"…잘못하단 '쪽박'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5.12.09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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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민 울리는 '갭투자']남의 돈으로 돈 벌겠다는 '갭투자'의 허와 실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회사원 윤모씨는 지난해 10월 인천 남구 주안동의 한 오피스텔을 감정가(1억4500만원)의 53%인 7666만원에 낙찰받았다. 지하철 1호선 주안역이 걸어서 10분 거리에 전용면적이 53.9㎡에 달할 정도로 오피스텔치곤 넓어 임대수요가 풍부할 것이란 계산에서였다.

기존 세입자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을 내고 있어 6700만원가량을 대출받아 낙찰대금을 마련했다. 투자금 전혀 없이 오피스텔을 매입한 것뿐 아니라 대출이자(연 4%) 268만원을 감안하더라도 매년 332만원의 임대소득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싸게 산 만큼 시세차익도 클 것이라고 윤씨는 기대한다.




이런 부동산 투자 행태를 '무피투자' 내지 '갭투자'로 부른다. 내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부동산을 매입한 후 시세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최근 은행금리가 저렴하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다 보니 유행한다.

사실 이런 투자는 2000년대 중·후반 뉴타운 등 재개발사업이 왕성할 때도 유행했다. 당시는 주로 반지하주택이나 노후 다세대주택 등이 투자대상이었다. 전세를 끼고 투자한 후 재개발이 진행돼 집값이 크게 오르는 것을 노렸다.



투자자 입장에선 자기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주택을 보유할 수 있으니 차후 시세가 오르면 매각해 고스란히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이렇게 투자했다 집값이 크게 떨어져 고통받는 이들도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 입장에선 집을 되팔 때 시세가 올라야 차익실현이 가능한데 점차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경기변동이나 공급과잉으로 매맷값이 떨어지고 전셋값이 조정되면서 손절매를 해야 한다든지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분별한 갭투자로 시세차익은커녕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보자는 식의 ‘묻지마’ 갭투자는 리스크가 큰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부성 부동산부테크연구소장은 “비역세권이나 소규모 단지 등 수요가 적은데도 거래가 갑자기 늘어 가격이 소폭 상승한 집들은 지역 실수요자가 아닌 단기차익을 노리고 투기에 나선 외지인들이 일시적으로 가격을 올린 경우가 많다”며 “이런 단지들에 잘못 투자했다간 가격하락폭이 커져 결국 쪽박을 찰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영진 고든리얼티파트너스 대표는 “서울의 경우 강북·강서구 등 이미 ‘갭투자’ 세력이 휩쓸고 지나간 지역에 지금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며 “매매가와 전세가 변동률 추이, 거래량 증감추이, 전세가율, 입주물량 등 기술적 지표를 분석해 투자시기와 지역을 선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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