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장비社, 최대 실적에도 우울한 사연은?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2015.12.08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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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장비社, 최대 실적에도 우울한 사연은?


"올해 실적이 좋다고 기뻐할 상황이 아니다. 벌써부터 내년이 걱정된다."

삼성디스플레이에 장비를 납품하는 한 협력사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올해는 사상 최대 실적이 확정적이다. 하지만 현 상황이라면 내년에는 수십억원 규모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전자업종 장비기업들에 축복받은 한해로 기억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과 LG 등 국내외 전방산업 대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설비투자에 나서는 과정에서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장비 발주가 활발히 이뤄졌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올해 각각 중국 쑤저우 및 광저우 공장에 수조원을 투입해 액정표시장치(LCD) 증설을 단행했다. 비오이와 차이나스타, 티안마 등 중국 현지 업체들 역시 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신·증설 투자를 활발히 전개했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 공장에 대한 2차 증설 투자를 집행했다. SK하이닉스 역시 경기 이천에 신설한 공장에 쓰일 장비를 국내외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활발히 발주했다.



때문에 올해 장비기업들 상당수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거나 전년과 비교해 개선된 실적을 내놓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케이씨텍 (23,000원 ▲350 +1.55%)엘오티베큠 (20,050원 ▲50 +0.25%), 테크윙 (35,750원 ▲1,650 +4.84%), 로체시스템즈 (11,280원 ▼260 -2.25%) 등은 올해 사상 최대 매출액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성엔지니어링 (34,350원 ▼950 -2.69%)은 올해 순이익을 올리며 무려 5년 만에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AP시스템 (7,250원 ▼70 -0.96%)과 디엠에스(DMS (6,260원 ▼60 -0.95%)), 탑엔지니어링 (6,840원 ▼100 -1.44%) 등은 전년과 비교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하지만 막상 장비기업들을 방문해보면 올해 개선된 실적으로 축배를 들어야 할 연말에 오히려 우울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벌써부터 내년 실적악화가 걱정돼서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와 협력하는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더 속을 태우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최근 경기 파주와 경북 구미에서 각각 OLED 공장을 증설키로 결정한 데 반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는 현재까지 내년 이후 투자와 관련한 어떤 내용도 흘러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이 통상 10∼11월쯤 이듬해 투자할 내용을 확정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비오이와 차이나스타 등 중국 업체들은 내년에도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활발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국내 장비기업들의 중국발 수혜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정작 국내 대기업들은 내년 이후 투자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장비업계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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