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수출, 믿을 건 "소비"…0%대 물가도 탈출

머니투데이 세종=정진우 기자, 우경희 기자, 정혜윤 기자 2015.12.0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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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수출·소비·물가 등 최근 경제동향...무역1조불 사실상 실패, 내수회복에 물가도 올라

추락하는 수출, 믿을 건 "소비"…0%대 물가도 탈출


우리나라 수출이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5년 연속 무역 1조 달러 돌파도 사실상 물건너 갔다.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수출이 침체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소비가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모습이다. 개별소비세 인하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정부의 소비진작 대책에 힘입어 소비가 크게 늘어서다. 모바일 쇼핑을 포함한 온라인쇼핑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내수회복세 영향으로 물가가 상승, 12개월째 0%대 물가에서 탈출했다.

◇11개월 연속 수출 마이너스, 무역 1조불 달성 실패=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우리나라 11월 수출이 444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4.7% 줄었다고 밝혔다. 11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다.



지난해 같은 달 수출 감소에 따른 통계적 기저효과와 선박부문의 해양플랜트 인도물량 증가(3척, 27억달러)로 감소세가 다소 완화됐다. 하지만 당장 수출을 끌어올릴만한 호재가 없는 탓에 다음달 역시 마이너스가 예상되는 등 사실상 무역 1조 달러 달성을 물건너 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은 341억달러로 17.6% 줄었다. 무역수지는 104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폭을 나타냈다. 불황형 흑자에 대한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수출단가는 유가 등 원자재 단가 하락으로 전년 동월 대비 4.5% 줄어들며 감소세를 이어갔다. 수출물량은 0.2% 감소에 그쳐 수출물량 대비 단가 하락 폭이 컸다.



유가 하락 및 시설보수로 인해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의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억달러 감소했다. 특히 석유제품이 36.3%, 석유화학 제품이 24.0%나 줄어들며 전체 감소세를 견인했다. 자동차는 신흥국 수요감소와 신차의 미국 수입인증 지연으로 수출이 줄었다. 철강재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등도 대부분 수출이 감소했다. 반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신규품목은 수출 호조를 이어갔다.

지역별로는 중국과 미국 향 수출이 감소세를 기록한 반면 EU로의 수출은 증가세로 전환됐다. 이인호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내년은 저유가와 세계 경기 둔화, 미국 금리 인상 등이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중 FTA 연내 발효에 따른 관세 인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믿을건 역시 소비= 수출이 망가지고 있는 가운데 수출과 더불어 우리나라 성장을 책임지는 큰 축인 소비는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은 이날 '2015년 10월 소배판매 및 온라인쇼핑 동향'을 통해 소매판매액이 32조2810억원을 기록, 지난해 10월에 비해 6.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소매판매액 중 가장 많은 규모로 전월보다 1106억원 늘었다. 특히 올 들어 처음으로 3개월 연속 소매판매가 증가(8월 29조4590억원 → 9월 31조1750억원 → 10월 32조2810억원)하는 등 소비 활성화 분위기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품군별로 소매판매를 살펴보면 서적 및 문구(-2.8%)는 감소했지만 가전제품·컴퓨터 및 통신기기(19.3%)와 가구(10.6%), 의복(9%), 신발 및 가방(6.6%) 등은 증가했다. 판매액 기준으론 음식료품(6조6890억원), 의복(5조1720억원), 가전제품·컴퓨터 및 통신기기(3조2340억원) 순으로 많았다.

온라인쇼핑(모바일거래 포함) 거래액은 4조7690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20.6% 증가하는 등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소매판매에서 온라인쇼핑 거래액 비중은 14.8%를 차지했다. 모바일쇼핑(2조2860억원) 역시 전년동월보다 59.3% 증가하는 등 사상 최대치였다. 온라인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쇼핑 거래액 비중은 47.9%나 됐다. 모바일쇼핑 증가세가 온라인쇼핑의 규모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은 올 여름 정부가 내놓은 개별소비세 인하와 10월1일부터 2주간 진행된 코리아 블랙코리아데이 등 소비진작 정책 덕분에 10월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해 10월1일 시행된 정부의 휴대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여파로 휴대폰 시장이 위축됐었는데, 1년이 지나면서 기저효과가 나타나 내구재 소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손은락 통계청 서비스업동향과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소비대책 등으로 10월 소매판매가 크게 증가했다"며 "현재 민간부문에서 각종 세일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소비 증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1년째 0%대 '저물가' 벗어나...=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1% 상승, 1년째 지속됐던 0%대 저물가 행진에서 벗어났다. 국제유가 하락폭이 둔화되면서 물가 상승폭이 높아진 영향도 있지만, 내수회복세에 따른 물가 상승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 통계청이 내놓은 '2015년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09.92로 전월대비 0.1% 떨어졌지만 전년동월대비로 1%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전년동월대비 0.8% 상승한 이후 올해 10월(0.9%)까지 쭉 0%대 상승률을 기록하다 12개월만에 0%대를 벗어났다. 우영제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1년만에 1%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을 보인 가장 큰 이유는 국제유가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둔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바이유는 지난해 3사분기까지 배럴당 100달러를 유지하다 4사분기 이후 본격적으로 하락했다.

11월 전월세를 포함한 생활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2% 하락했지만 전년동월대비로 0.5% 상승했다. 특히 전세값 상승이 두드러졌다. 전세는 지난해와 비교해 4% 올랐고, 월세는 0.2% 상승했다. 밥상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채소 등 신선식품지수는 전월보다는 3.3% 떨어졌지만 전년동월대비 3% 올랐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양파(98.9%), 파(42.7%), 마늘(35%), 감자(15.8%), 쇠고기(국산:11.9%)가 전년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

또 내구재 물가가 상승(0.4%)하면서 올해 1월(0.1% 상승) 이후 10개월만에 공업제품 하락세가 멈췄다. 이달 공업제품은 전월대비 0.2% 상승했고 전년동월과 비교했을때 변동이 없었다. 정부는 지난해 기저효과와 내수회복세 지속으로 물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제유가와 기상여건 등 물가 변동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농축수산물, 에너지, 교육, 통신, 주거, 의료비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체감물가를 철저히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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