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만의 새 은행 탄생…패러다임이 바뀐다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김경환 기자, 전혜영 기자 2015.11.2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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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카카오·KT컨소시엄 인터넷은행 선정, 인터파크컨소시엄 탈락…핀테크 열풍 타고 은행업 판도변화 촉진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선정됐다. 일반은행과 다른 '인터넷은행'이지만 새 은행이 인가를 받은 것은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3년 만이다.

인터넷은행의 출현은 대형은행간 경쟁으로 고착화됐던 국내 은행산업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핀테크(금융+IT) 열풍과 맞물리면서 국내 금융업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23년만의 새 은행 탄생…패러다임이 바뀐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임시 금융위를 열어 카카오뱅크와 K-뱅크 컨소시엄의 은행업 예비인가 신청을 승인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10월1일 마감한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에 참여한 카카오뱅크·K-뱅크(KT컨소시엄), I-뱅크(인터파크컨소시엄) 등 3개 신청자에 대한 심사를 벌여 왔으며 지난주 말 외부심사위원들의 평가를 거쳐 최종 사업자를 결정했다.



승인 숫자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예상대로 2개 사업자가 선정됐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당초 최대 2곳까지 인가한다는 방침이었으며 외부평가위원회에서 카카오뱅크와 K뱅크의 인가를 권고함에 따라 2곳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선정된 사업자들은 30일 오전 향후 사업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이들은 내년 초 본인가를 거쳐 상반기 중 영업을 시작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중 은행법 개정을 통해 2017년 추가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도입을 검토할 당시까지만 해도 당국 뿐 아니라 금융권도 경직된 국내 은행산업의 변화를 촉발시키는 정도의 역할을 기대했다. 우리보다 20년 앞서 인터넷은행이 출현한 미국에서도 시장점유율은 3~4%에 불과해 틈새시장 플레이어 정도로서 활약하고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하지만 최근 전세계적인 핀테크 열풍은 인터넷은행에 대한 기대치의 차원을 바꿔놓고 있다. 지급결제시장에는 각종 '페이' 이름을 단 IT기업들의 공세가 거세게 몰아치면서 대세가 기울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갈수록 은행 영업점 대신 온라인,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기본적으로 '무점포' 은행인 인터넷은행의 파괴력을 키울 잠재력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16개 은행과 우체국에 등록된 모바일뱅킹 고객 수는 6000만 명을 넘어섰고, 전체 금융거래의 89.3%는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 등을 통한 비대면거래로 이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비대면 실명인증 허용, 계좌이동제 시행 등 핀테크 활성화 정책을 통해 인터넷은행이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둔 상태다. 게다가 인터넷은행 사업자로 선정된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이미 막대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3800만 회원이 하루 평균 55회 사용하고 있으며 K-뱅크는 KT와 GS의 고객만 합쳐도 5000만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게 아니라 기존 은행들이 인터넷은행과 다른 서비스를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매킨지 글로벌뱅킹 연차보고서 분석을 통해 2025년이 되면 핀테크 기업들이 은행업의 매출과 수익을 상당 부분 잠식해 결국 은행들의 순익이 6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 기능은 앞으로 핀테크 기술과 일부 대체불가능한 인력만 남고 전반적인 인력이 크게 줄어드는 형태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은행은 일부 금융 중개 기능과 재테크 기능을 남기고, 고용은 대신 은행이 자금을 지원해주는 기업이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 형태"라고 내다봤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은행이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과 전산보호 리스크 방지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제출한 사업계획대로 혁신적인 모델을 안정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금융시장에 건전한 경쟁을 촉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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