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의사'도 진료하는 한국…"의료면허 심사기구 필요" 지적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5.11.2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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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美·英, 비의료인 참여한 심사기구 통해 면허 관리

수액투여 환자들이 C형간염에 집단으로 감염된 서울 양천구 다나현대의원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사진=뉴스1수액투여 환자들이 C형간염에 집단으로 감염된 서울 양천구 다나현대의원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사진=뉴스1


환자 67명에게 C형간염 집단 감염 사고를 일으킨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원장이 3년 전 뇌내출혈로 뇌병변장애 판정을 받고도 진료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치매나 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면서도 환자를 보는 의사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의사 면허 관리가 지나치게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의료인은 대한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 간호협회가 운영하는 보수 교육을 3년 단위로 받도록 의무화돼 있다. 이 교육을 받지 않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된다.



하지만, 이 같은 현행 면허관리 제도는 지나치게 느슨해 자격 미달의 의사를 걸러내기 힘들다는 지적이 의료계 내부에서도 나온다. 외과 전문의 A씨는 "현행 교육은 전문분야나 의료 관련 제도 등 교육에 한정돼 있어 의사가 환자를 돌보는 실무능력을 검증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교육 이수도 쉬워 현재 면허 관리 제도는 사실상의 요식 행위라는 지적도 있다.



심장 전문의 B씨는 "교육은 법령과 제도 등 2평점과 일차의료 6평점, 개별 전문과목 8평점, 타 전문과목 4평점으로 구성되는 8평점만 이수해도 된다"며 "전문의 면허유지를 위한 필수 평점 수준이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신경외과 전문의 C씨는 "3년간 24시간만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의사 면허증 자체에 대한 관리도 허술한 부분이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 D씨는 "얼마 전 일반인이 가짜 면허증을 만들어 수술까지 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며 "병의원은 의사 면허를 보건소에 신고하도록 돼 있는데 가짜 여부를 제대로 판별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의사의 윤리적인 부분을 제대로 검증 못하는 면허관리 체제가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번 집단감염 문제의 핵심은 의사의 윤리적 불감증"이라며 "원장이 의사가 아닌 부인에게 진료를 맡겼고 이 같은 일이 의료기관 안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비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하다보니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결국 '제 2의 다나의원 사태'를 막기위해서는 의료면허를 전문적으로 심사하고, 의사의 윤리적인 부분까지 검증하는 선진국형 심사기구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선진국 대부분은 의사 면허관리 체계를 빈틈없이 갖춰놓고 있다. 미국은 주 정부 면허국에서 2~3년마다 의사가 정상적 정신과 신체 상태에서 환자를 돌볼 수 있는지 평가하고 10년마다 전문의 면허 시험도 다시 보게 한다. 영국은 의학협회에서 정기적으로 진료 적합성을 판단하고 면허를 관리한다.

노 전 회장은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의사 윤리관까지 제대로 관리하는 의료면허 관리 기구가 있다"며 "관리기구에는 법조인 등 비의료인이 포함되는데 우리도 이 같은 관리기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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