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확인된 폭스바겐 티구안. /사진제공=폭스바겐코리아
환경부는 26일 국내에 판매된 폭스바겐 경유차 6개 차종 7대를 검사한 결과 EA189엔진이 장착된 티구안 유로(EURO) 5 차량에서 배출가스재순환장치를 고의로 작동 중단시키는 임의설정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해당 엔진을 장착한 차량 12만5522대는 전량 리콜명령을 내렸다.
이번에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확인된 티구안은 지난해 국내 수입차 판매량 1위(티구안 2.0 TDI 블루모션 8106대 판매)를 했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모델이다. 2009년부터 판매를 시작했으며 지난 9월 미국에서 폭스바겐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불거지고 나서야 판매가 중단됐다. 현재 판매 중인 차량은 유로 6 기준을 충족한 EA288 엔진을 장착했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우리는 그동안 일관되게 EA189 엔진에는 문제의 소프트웨어가 들어갔지만 지금 판매 중인 EA288 엔진은 문제가 없다고 해 왔다"며 "환경부 조사 결과에도 이렇게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피해 소비자에게 배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리콜은 당연히 해야 하고, 적절한 소비자 대책을 놓고 내부적으로 검토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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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은 미국에서는 지난 9월 말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밝혀지고 11월 9일 '굿윌패키지' 대책을 내놨다. 2.0 TDI 엔진 장착 차량 소유자 48만2000명에게 500달러의 비자 선불카드와 대리점에서 사용 가능한 바우처 500달러를 제공하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3년 무상 수리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배상 절차에 돌입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 측은 "미국의 경우 9월19일 결과가 나오고, 굿윌패키지는 한달 반 뒤에 나왔다"며 "한국도 오늘 조사 결과가 나왔으니 곧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환경부 발표로 법원에 제기된 폭스바겐 배출가스 피해 소송은 탄력이 붙게 됐다. 앞서 국내 폭스바겐 차량 소유자 2390여명은 폭스바겐그룹,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국내 판매 대리점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매매대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 미국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에도 국내 소비자의 집단 소송이 제기돼 있다.
차량 소유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하종선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빨리 미국처럼 굿윌패키지를 도입하고,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서도 합의를 해야 한다"고 폭스바겐 측에 촉구했다.
아울러 하 변호사는 정부가 폭스바겐 코리아에 대해 검찰 고발을 포함해 보다 강력하게 처벌할 것을 주문했다. 하 변호사는 "폭스바겐이 처음부터 차를 이렇게 만들 생각을 하면서 인증 신청을 한 것이기 때문에 '사기인증'을 한 것"이라며 "대기환경보호법 46조(배출허용기준), 48조(제작차 인증)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가 제시한 해당 조항을 위반해 차를 제작할 경우 징역 7년 이하나 벌금 1억원 이하를 선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