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반대를 위한 반대? 발전을 위한 반대?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2015.11.26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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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보는세상]반대를 위한 반대? 발전을 위한 반대?


“거대 통신사가 복수 플랫폼을 동원해 유료방송 시장까지 장악할 경우, 방송의 공정성·다양성을 훼손하고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에 대한 정부 승인절차를 앞두고 KT 등 극렬 저지에 나선 경쟁사들의 반대 논리다. KT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여는 등 합병 불허를 위한 여론전을 이미 펼쳤다.



그러나 이 주장이 불과 5개월 전까지만 해도 KT가 줄기차게 공격받던 논리였다는 게 모순이다. 유료방송 가입자 합산규제법 처리 과정에서다. 합산규제법은 특정 사업자가 보유한 복수 매체 가입자 합계가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33%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1년 여 간의 진통을 겪다 올해 6월부터 시행됐다. 사실상 IPTV(올레TV)와 위성방송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유료방송 시장의 ‘공룡 기업’으로 커 버린 KT를 겨냥한 법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 IPTV는 동일 역무가 아니다. 이를 묶어 특정 회사를 견제한다면 소비자 선택권이 제약받고 세계적인 방송 규제 완화 흐름에도 역행한다.” 당시 KT가 반발하며 내건 논리다. 현재 이 주장은 당시 반(反) KT 진영의 방어 논리와 다르지 않다. 불과 5개월 만에 KT와 범 SK 주장이 180도로 바뀐 셈이다.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9년 KT가 KTF와 합병할 당시 SK텔레콤은 “KT의 유선 시장 지배력이 무선 시장으로까지 전이될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이후 6년 뒤 KT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무선 시장 지배력이 유선인터넷과 유료방송으로 더욱 전이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유선과 무선이 바뀌었을 뿐 6년 전 상대방 논리 그대로다. 시장의 축이 ‘유선’에서 ‘무선’으로 옮기면서 당시 SK텔레콤의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방송통신 융합과 IoT(사물인터넷), OTT(Over The Top) 등 빠른 시장 변화 속도를 볼 때 KT의 주장이 기우로 그치지 말란 법 없다.

인수합병(M&A)이나 주파수 분배, 규제 등 방송통신 업계에 주요 이슈가 터질 때마다 무조건 반발한다. 명분은 ‘소비자 편익 침해’지만 실은 ‘자사 이익’이다.

방송통신 산업은 정부의 통제에 따라 움직이는 규제 산업이다. 과장됐다 하더라도 목소리를 높여야 추후 정부 정책에서 배려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울지 않는 아이에게 정부가 젖 줄 이유가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내일이면 내 문제가 될 수 있음에도 당장은 반대부터 하는 게 일반화되다 보니 ‘규제 완화’보다는 ‘규제 덧쌓기’로 이어진다. ‘융합’을 정점으로 방송통신 산업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함에도 규제 완화는 게걸음 혹은 뒷걸음질치는 이유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곧 자신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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