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직구를 하는가…어느 30대 직구족의 하루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15.11.24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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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가 바꾼 세상]30대 여성주부가 직구 핵심, 짝퉁명품 밀반입 창구로 악용되기도

그들은 왜 직구를 하는가…어느 30대 직구족의 하루


해외 직구(직접구매)가 성장하는 바탕에는 30대 여성이 있다. 이들은 IT기술 발전, 스마트폰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겪으면서 전자상거래에 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또 출산 후 가계 지출이 급격히 늘어 알뜰 소비 욕구가 커진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30대 맘(Mom) 직구족의 하루 =
"쇼핑에는 언어가 필요 없어요. 카드번호와 PC만 있으면 되죠." 2000년대 초반 해외직구를 시작해 어느새 15년. 직구 베테랑 이유경(35)씨의 하루 일과는 아마존과 비타트라, 라쿠텐 등 해외 온라인쇼핑몰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칭얼대는 아이와 남편 아침을 챙기고 남편이 출근한 오전 8시, 컴퓨터 앞에 앉은 이씨. 이때부터 '맘(Mom)' 직구족들의 '득템' 전쟁이 시작된다.

먼저 아마존 홈페이지를 연다. 이씨의 눈동자가 모니터 위를 바삐 오간다. 주말 부부모임에 신을 구두를 살 예정이다. '여성, 잡화, 구두' 카테고리를 설정하자 상품이 재정렬된다. "빙고!" 이씨가 작년부터 찜했던 페라가모 구두가 30만원대에 떴다. 거래이력, 판매자 인증을 구글번역기를 돌려가며 꼼꼼히 살핀다. 아웃렛 상품이라 70% 싸다. "잘 건졌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번엔 유아용 로션 차례. 검색하는 동안 '핫딜'이 떴다. 선착순 5명이란다. 재빠르게 구매한 후 지역 학부모 모임인 '송파맘' 온라인 카페에 '더담(쇼핑바구니에 더 담는 것)' 모집 글을 올린다. 관세 미부과 금액인 200달러를 채워서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2명이 모집됐다. 배송료 2만원을 3명과 나누면 7000원대, 배송료 포함해도 국내보다 40% 싸다.

15년 전 유학간 친구의 미국 집을 배송대행지로 삼아 직구를 시작한 이씨는 조금 특이한 경우다. 직구시장은 3~4년전, 한국에서 비싼 아기용품을 싸게 사려는 엄마들이 직구경험을 공유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최근에는 가격 매력에 남녀노소할 것 없이 직구족들이 늘고 있다. 36세 남성 김해윤(가명)씨는 5년 전 의류직구를 시작한 후 한국에서는 쇼핑을 안 했다. 김씨는 "작년 블랙프라이데이 때 35만원 짜리 폴로 로퍼(끈이 없는 구두나 스니커즈)를 150달러에 샀는데 누가 한국에서 쇼핑하겠나?"라며 "직구는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해외직구 성장의 그늘= 해외직구 성장세가 빠를수록 부작용도 증가하고 있다. 직구 인기 상품군을 생산·수입하는 업체들은 부진의 늪에 빠졌고 해외직구가 짝퉁 명품 밀반입 창구가 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해외직구에 눈 뜬 사람들이 꼭 구매하는 직구 리스트에는 덴비, 포트메리온 등 유럽 명품그릇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색적인 디자인에 단단한 질감은 주부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직구 성장세에 한국 도자기업체들은 부진을 겪고 있다.

한국의 2대 도자기업체인 한국도자기와 행남자기는 최근 수년간 매출 부진에 고민이 깊다. 특히 3대를 이어 경영되던 행남자기는 최근 주인이 바뀌는 운명을 맞았다. 한국도자기 역시 지난 7월 한 달간 충북 청주 공장 가동을 멈추는 등 형편이 어렵다.

가격차이가 큰 명품 아동복도 직구 후폭풍을 거세게 맞고 있다. 랄프로렌 칠드런 매장은 미국 현지보다 60% 비싼 고가 마케팅을 고수하다 직구·병행수입이 본격화된 2013년 가격을 인하했다. 그러나 일부 매장을 철수할 만큼 휘청거리고 있다.

개인의 소량 직구에 대한 통관이 까다롭지 않다는 점을 악용한 부작용도 있다. 지난 9월에는 중국 짝퉁 공급책이 보내준 한국인 개인정보 3만여건을 활용, 짝퉁 물품을 해외 직구제품인 것처럼 위장해 시가 2000억원 이상의 짝퉁을 반입한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개인이 직구한 품목의 세관 통관은 구매자 이름, 전화번호, 주소 등 간단한 개인정보가 기재된 운송장만 검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부 업체들이 이 허점을 노려 가짜 약과 의약품 등으로 위장한 마약 유사성분까지 유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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