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 2차 대전을 겪으면서 전체주의가 인민들의 궁핍함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인민들이 잘살면 전체주의 대신 민주주의가 꽃필 것이라고 판단했던 그는 기업과 경영으로 길을 바꿨다. ‘기업은 민주주의를 이끄는 경제 기관’이라고 한 것도 그의 희망을 담은 것이다.
최근 20여 년간 경영과 마케팅 관련 많은 개념이 나왔다. 그 개념들엔 일정한 흐름이 감지되는 것이 있었는데 그 중 돋보였던 것이 기업의 사회공헌(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었다. 기업의 활동,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것이다. 사실 이 뿌리는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초기 대자본가였던 카네기나 록펠러 심지어 밴더빌트까지 말년에는 재단, 대학 등을 만들어 사회에 기부했다. 소명을 강조하는 프로테스탄티즘이 배후에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한계가 있었다. 기업 뒤에는 주주들이 있다. 그들은 매년 주가 부양과 배당을 요구한다. 환원에는 관심 없다. 개가 목 끈을 잡은 주인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진정성보다는 쇼로 끝나기 쉽다. 얼마 전 국내면세점 선정 심사에서 CSR 활동이 중요한 요소가 됐는데, 취지는 공감하나 실제로는 사회공헌 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그를 드러낸 것이다.
미국의 비영리재단인 X프라이즈의 로버트 와이스 회장이 얼마 전 방한해서 말했듯이 기업은 정부가 하지 못할 또는 해서는 안 될 일을 할 힘이 있다. 한편 소비자는 소비와 기업의 역할에 대해 점점 깨이고 있으며, SNS로 연결되어 있다. 기업 못지않게 소비자의 힘도 커진 것이다. 리비아의 시장 한 군데서 벌어진 조그만 갑질이 삽시간에 재스민 혁명으로 번진 것이 변화된 상황을 보여준다. 이런 변화에 맞춰 미국은 베네핏(Benefit) 기업이 3000개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베네핏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기업시민으로서의 책임도 수행하는 것이 정관으로 정해진 기업이다. 미국 2위의 아웃도어 파타고니아, 1위 유기농 바디 케어 기업인 닥터 브로너스 등도 이미 베네핏 기업에 등록했다. 점점 확산되는 추세다.
얼마 전 한국에 공익 마케팅 협동조합 1호가 출범했다. 기업, 벤처기업, 지자체와 NPO들을 대상으로 공익 마케팅(기업과 사회의 이익이 조화되는 마케팅)을 교육하고 활동을 지원해서 궁극적으로 기업과 사회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직은 나비의 날갯짓이고 미풍으로 끝날지 나비효과로 대박 클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피터 드러커는 먼저 그 길을 걸어갔으며 세상을 바꾼 태풍이 되었고 죽기 직전까지 마지막 통찰을 남겼다. 2005년 무덤도 남기지 않고 간 그의 인생에는 그래서 장엄함이 있다.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