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DMZ 지뢰부상, 축구 부상과 동일? 법이 상식에 부합하려면…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5.11.2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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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정의당 "현행 군인사법·군인연금법은 위헌적"…국회 법안심사, 상식과 헌법에 합치하도록 해야

[뷰300]DMZ 지뢰부상, 축구 부상과 동일? 법이 상식에 부합하려면…


#1. 비무장지대(DMZ)에서 아군이 매설한 지뢰에 의해 상해를 입은 경우나 군대 체육훈련 중 축구로 부상을 입은 경우가 동일하게(공상) 취급된다.

#2. 공무원이 공무수행 중 질병이나 부상을 입으면 2년간 진료비를 지원받고 1년 단위로 치료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반면 군인은 임무 중 질병이나 부상을 입어 민간병원에서 요양하는 경우 최근까지 30일간 진료비만 지원받을 수 있었다. 최근 시행령을 개정해 요양기간을 늘렸으나 소급적용은 안 된다.



왜 위험천만한 DMZ작전과 체육훈련 부상이 같은 판정을 받는 걸까. 일반 공무원보다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군인연금법의 공무상 요양기간이 공무원연금법상 공무상 요양기간보다 짧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른바 '곽 중사' 사건으로 군 당국의 민간병원 진료비 지원 문제가 수면 위에 오른 가운데 국방부가 해명의 근거로 삼아온 현행 군인사법·군인연금법의 위헌성을 지적한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 18일 정의당의 '버려진 부상장병 누가 책임지나'라는 간담회에서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 기획의원 최종호 변호사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다친 군인이 왜 자비로 진료비를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대다수 국민들의 문제제기가 매우 상식적일 뿐만 아니라 헌법에 합치한다고 주장했다. 즉 현재의 군인사법과 군인연금법의 위헌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현행 군인사법은 군인이 사망한 경우를 '전사자', '순직자', '일반 사망자'로 구분하고 있다. 적과의 교전이나 무장폭동 등에 의해 사망하면 '전사자'가 된다. '순직자'는 교전 이외의 이유로 사망했지만 임무수행과 관련성이 있는 경우로, 세 단계로 구분된다. 고도의 위험을 무릅쓴 직무 수행 중 사망하면 순직Ⅰ형,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국민 생명·재산보호에 관련된 직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하면 순직Ⅱ형, 국가의 안전보장과 관련되지 않은 직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하면 순직Ⅲ형이다. 전사나 순직 외 사망은 '일반사망자'로 판정된다.

[뷰300]DMZ 지뢰부상, 축구 부상과 동일? 법이 상식에 부합하려면…
최 변호사는 이러한 구분이 "군의 임무에 비추어 당연한 귀결"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사망과 달리 군인이 상이를 입은 경우의 구분은 촘촘하지 못하다. 군인사법상 군인이 적과의 교전이나 무장폭동 등으로 부상을 당하면 '전상자', 교육·훈련 또는 그 밖의 공무로 인해 상이를 입으면 '공상자'가 된다. 전상이나 공상 외 사유를 입으면 '비전공상자'로 판정된다.


휴전 중인 현재 적과의 교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음을 생각해볼 때 사고의 원인이 전투엔 해당하지 않으면서 군 임무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경우, 즉 '순직'과 '공상'의 발생이 훨씬 빈번하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순직'의 유형이 법률상 3가지로 유형화되고 시행령에서 더욱 세분화돼있는 데 반해 같은 원인으로 사망이 아닌 부상에 그친 '공상'의 경우 군인사법이 이를 유형화하지 않고 시행령 역시 별다른 구분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있다.

최 변호사는 "공상의 사유는 매우 광범위하므로 군인사법에 따르면 DMZ라는 매우 위험한 장소에서 아군이 매설한 지뢰에 의해 상해를 입은 경우가 군의 체력훈련의 일환인 축구에서 상해를 입은 것과 동일하게 공상으로 판정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사회통념에 비춰 현저히 부당하고 경우에 따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이 돼 '평등원칙' 위반의 의심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의 원인이 되는 사유가 동일하고 단지 결과에만 차이가 있는 순직과 공상을 다르게 규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헌법상의 평등원칙(헌법 제11조)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현행 군인연금법은 어떨까. 최 변호사에 따르면 "군인이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을 입어 민간병원에서 요양하는 경우 공무상요양비는 동일한 질병 또는 부상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지급한다"고 제한한 군인연금법 제30조의 5 제2항은 위헌적이다.

군인연금법의 일반법인 공무원연금법은 공무상요양비를 2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필요한 금액만큼 지급하고 2년을 경과한 후에도 1년 이하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군인연금법은 모법인 공무원연금법과 비교했을 때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부분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이 군인연금법이 공무원연금법과 달리 공무상요양비가 지급될 기간을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는 것도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적 규정이라는 것이 최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뿐만 아니라 최 변호사는 해당 규정이 합헌적으로 개정되더라도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으면 헌법소원심판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개정된 군인연금법 시행령도 법률이 규정해야 하는 사항을 하위법령인 명령으로 규정한 것이어서 위헌이라고 밝혔다.

국회에 발의된 군인연금법 개정안은 어떨까.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의 개정안은 모두 공무상요양비 지급기간을 필요한 만큼 연장할 수 있게 했다는 측면에서 군인에 대한 보호가 강화된 법률이다. 그러나 소급효를 인정하는 서 의원의 개정안과 달리 한 의원의 개정안은 소급효를 부정하고 있으므로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이 법률안의 제출은 위헌성이 명확한 군인연금법을 개정하는 것"이라며 "법률이 평등원칙에 반해 위헌이라는 '반성적 고려'에서 법률을 개정하는 경우 소급효를 인정하는 것이 개정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위헌적 상황을 발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국회 국방위는 법안소위를 열고 군인연금법 개정안을 심사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방위는 소급효와 관련해 △아직 공무상요양비를 신청하지 않은 자들(청구권 소급시한 3년) △아직 요양중인 자들에 한해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따르면 아직 공무상요양비를 신청하지 않고 1년 넘게 투쟁해온 '곽 중사'는 법개정의 수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30일치 요양비 지급을 받고 이후 자비로 진료해온 대다수의 공상자들은 법이 개정돼도 소급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다.

국회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상식과 다르고 헌법과 불합치하더라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보단 위헌적인 법률의 구속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국회가 '상식적'이고 '합헌적'으로 법률을 제대로 개정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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