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우남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5.11.10/뉴스1
그러나 160건이 넘는 이 모든 안건들은 이날 농해수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무산됐다. 여야 간사인 안효대 새누리당 의원,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김우남 농해수위 위원장을 포함, 일부 의원들이 2시간여를 논의했지만 결국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최근 농해수위는 5번의 파행을 거듭했다. 이날로 6번째다. 해양수산부 장관 인사청문회 일정만 가까스로 소화했다. 지난달 26일과 28일, 이번달 10일로 예정됐던 전체회의가 모두 무산됐고 전날(16일)은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취소됐다. 3일로 예정됐던 해수부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국정교과서 문제로 야당이 보이콧하면서 9일로 연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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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가 계속되면서 여야 의원 간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특히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의 "세월호 참사는 DJ정부 때문"이란 발언이 불씨가 됐다. 김 의원은 지난 10일 전체회의에서 "야당은 이제 세월호를 그만 우려먹어야 한다"며 "세월호 사건은 2002년 DJ정부 당시 해사안전법에 모든 한국선박을 안전 허가에서 제외해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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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엽 새정치연합 의원이 전날 안효대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을 가리켜 "'특조위가 일도 안하면서 월급만 받아먹고 예산 축낸다. 일을 안한다. 특조위를 감사해야한다'는 폭언에 가까운 이야기까지 여당 의원님으로부터 나왔다"고 비판하자 이를 되받아친 것이다.
김 의원의 발언에 유성엽, 김승남 의원 등 야당 측이 강하게 항의하며 고성이 오갔고 회의는 파행됐다. 이후 김종태 의원과 유성엽 의원 양측이 이날 전체회의에서 유감표명을 하는 걸 전제로 의사일정을 합의했다. 그러나 이날 여당이 김승남 의원의 추가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고 야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또다시 감정적인 대립이 촉발된 것이다.
여야가 감정싸움을 거듭하면서 결국 상임위 차원에서 심사한 내년도 예산안도 정부가 제출한 원안대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통상적으로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가 감액심사를 마치기 전까지만 예산안을 의결, 예결위로 넘기면 상임위 예산안이 반영된다.
예결위는 이번주까지 감액심사를 최대한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에따라 농해수위는 최대 금요일 오전까지만 예산안을 의결해도 된다. 그러나 여야 간 감정의 골을 덮기엔 시간이 촉박한 편이다.
만약 정부 원안이 넘어갈 경우 상임위 심사내역이 '참고사항'은 될 수 있지만 차수(날짜)까지 넘겨가며 심의한 내역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현재 농해수위에 계류돼있는 수백건의 법안도 심사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연내 개정이 시급한 수협법 개정안이나 예산과 연계돼 활동기간 연장여부를 논의해야 하는 세월호특별법 개정안도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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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할 경우 내년 2월 열리는 임시국회 때 심의하면 된다"고 주장도 있다. 그러나 사실상 총선모드로 돌입한 상황에서 법안심사가 심도있게 될 리는 만무하다. 현재 계류 중인 많은 양의 법안이 심사되기도 힘들다.
더구나 농해수위는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이 다수다. 선거구 획정 결과에 따라 지역구 운명이 판가름난다. 당장 여의도에서 법안심사를 하는 것보다 지역구에서 한 곳이라도 더 돌아다니며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급한 상황이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정기국회 내에 법안소위가 열릴 가능성이 아주 없다고 볼 순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시 법안소위가 열린다고 해도 시간은 촉박하다. 농해수위는 예산 혹은 법안심사라는 상임위 고유 권한을 스스로 포기, 무책임하단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