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싸게 팔지 마세요"…또다시 담합?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2015.11.1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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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X파일]'이기주의 vs 재산보호'

@김현정@김현정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아파트 싸게 팔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사진 속엔 경기 일산으로 추측되는 곳에 '현재 정상가격 3억6000만~4억원'이라는 글씨가 큼지막히 적힌 현수막이 아파트 울타리에 걸려 있다.

'강남 20분 GTX, 킨텍스, 관광특구지정으로 아파트 가치 상승 중'이란 문구도 보인다. 하지만 이 현수막은 아파트 홍보를 위한 광고물이 아니다. 집주인들이 부동산 공인중개소에 집을 내놓을 때 아파트 주민들이 정한 '자신들의 적정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놓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수막 중앙의 문구 양옆으로 '아파트 싸게 팔지 마세요'라거나 '싸게 팔면 다수의 자가 소유자들에게 재산상 큰 피해를 주게 된다'는 문구도 적혀 있다.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보통 아파트 부녀회에서 주민들에게 매물을 싸게 내놓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싸게 나온 물건이 있어 손님한테 소개하려고 하면 부녀회가 나서서 앞으로 물건을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인근 지역 고가아파트와 비교하면서 가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나온 매물을 모두 거둬들여 아파트 시세를 끌어올리는 경우도 공공연한 일이다. 사진이 게재된 해당 커뮤니티에선 이런 행위를 두고 '집단이기주의'라는 지적과 '집주인의 재산권 보호'라는 상반된 평가가 있다.

해당 사진에 댓글을 단 네티즌은 "아파트 가격담합이 그동안 알게 모르게 있어 왔지만 이렇게 보란 듯 현수막까지 걸어놓은 건 매매가 하락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라며 "부녀회가 정한 가격에 안 팔리니 싸게 파는 건데 그 값에 팔리면 그게 바로 시세다. 아파트 부녀회장이 정해주는 게 시세가 아니다"라고 했다.

또다른 댓글은 "충분히 가치 있는 아파트인데 몇 사람 때문에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마냥 보고만 있을 순 없다"며 "전 재산을 아파트에 투자했는데 가격이 떨어지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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