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생태, 노가리, 코다리… "우리는 가족"

머니투데이 나윤정 기자 2015.11.17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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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안다리걸기] 12. '명태' 이름들

편집자주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늦가을은 시원한 생태지리를 먹을까, 얼큰한 생태탕을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사진 출처=어진이, 참이슬 블로그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늦가을은 시원한 생태지리를 먹을까, 얼큰한 생태탕을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사진 출처=어진이, 참이슬 블로그


갑자기 추워진 이맘때면 떠오르는 제철 생선들이 있죠. 명태, 과메기, 삼치, 아귀…. 이중 별미로 과메기를 꼽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저는 명태가 더 생각나는 늦가을입니다. 13년 전 한 신문을 보고 찾아간 강원도 거진항 때문인데요. 거진은 '명태축제비'가 세워질 정도로 명태가 유명하죠. 요즘이야 휴대폰 몇 번만 두드리면 맛집들이 요란스레 등장하지만, 그때는 신문에서 본 온기 어린 허름한 식당의 생태찌개가 몹시도 맛깔스레 느껴졌나 봅니다. 비릿하고 적막하던 항구가 활기를 띠는 아침, 소박한 생태찌개로 허기를 채우면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바다내음을 만끽할 수 있었는데요. 살과 뼈는 국이나 찌개를, 알과 내장은 젓갈을 담가서, 꼬리와 지느러미는 볶아서 국물을 내는 데 쓰는 그야말로 '버릴 것 하나 없는' 명태. 이 명태는 말린 상태나 크기, 보관 상태에 따라 이름이 각각 다른데요. 어떤 이름들이 있을까요?

명태, 생태, 노가리, 코다리… "우리는 가족"
우선 갓 잡은 싱싱한 명태는 '생태'라고 합니다. 말린 것으로는 '북어' '노가리' '코다리'가 있는데요. 먼저 북어는 명태를 바싹 말린 것으로 건명태라고도 합니다. 이중 새끼를 바싹 말리면 노가리라고 하고요. 코다리는 명태를 반쯤 말린 것으로, 명태의 코를 꿰서 말린다고 해서 코다리로 불립니다. 얼린 것으로는 '황태'와 '동태'가 있는데요. 황태는 추운 겨울에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한 명태로 더덕북어라고도 합니다. 반면 겨울에 잡자마자 영하 40도로 얼린 명태는 동태라고 하고요.



이번엔 젓갈을 알아볼까요. 명란젓은 명태 알을 소금에 절인 것이고요. 창난젓은 명태 창자에 소금을 뿌려 삭힌 것, 아가미젓은 명태 아가미만 손질해 소금을 뿌린 뒤 삭힌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이름과 조리법이 있는걸 보니 '국민 생선'이라 해도 될 법한데요. 어찌된 일인지 요즘 우리 식탁에선 국내산 명태를 쉽게 맛볼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기후 변화로 명태가 서식지를 옮긴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노가리 같은 어린 명태를 과도하게 잡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긴 노가리는 가장 인기있는 안주 중 하나이니 근거 없는 말은 아닌 듯하네요.



다행히 이런 명태를 살리기 위해 해양수산부가 지난해부터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요. 동해에서 잡은 어미 명태로부터 생산된 어린 명태 3만8000마리를 사육 중인데 다음달 2만마리를 방류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립니다. 아무쪼록 프로젝트가 성공해 어부들은 풍어의 기쁨을, 국민들은 밥상의 기쁨을 느끼기를 바라 봅니다.

자~ 오늘의 문제 나갑니다. 다음 중 명태를 말린 것이 아닌 것은 무엇일까요.
1. 과메기
2. 코다리
3. 북어
4. 노가리

명태, 생태, 노가리, 코다리… "우리는 가족"
정답은 1번 과메기입니다.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를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한 뒤 바닷바람에 건조시킨 것으로 11월부터 1월이 제철입니다.


참고: 허영만 '대한민국 식객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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