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선 카카오 '대리운전'… 시장교란 VS 혁신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5.11.07 03:00
글자크기

카카오 대리운전 진출에 기사들 '환영', 사업자 '반발'… "시장 보는 관점 자체를 바꿔야"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카카오가 내건 ‘온디맨드(On-Demand)’ 전략이 대리운전시장 진출로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사업의 성공적인 안착 여부는 ‘온디맨드’를 핵심 경영 전략으로 내세운 임지훈 카카오호의 향후 행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말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언제든 제공하는 온디맨드를 통해 모바일 2.0시대를 열어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후 지난 6일 카카오는 내년 상반기 대리운전 서비스 ‘카카오드라이버’를 내놓겠다며 대리운전 사업진출을 공식화했다.



카카오는 “카카오가 보유한 기술력과 경쟁력으로 모바일 시대에 맞는 대리운전 서비스를 만들어 경쟁하면서 건강한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며 “이용자 선택권을 넓히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누적 호출 3000만건을 돌파한 콜택시 앱 ‘카카오택시’와 ‘카카오드라이버’를 기반으로 향후 택배, 퀵서비스 등에도 잇따라 진출을 시도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카카오의 사업 전략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많다. 기존 오프라인 전통 산업들을 교란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대리운전 사업 진출계획도 벌써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대리기사들은 환영하고 있지만, 사업자(콜센터)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리운전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앞서 카카오 본사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 자택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반대 서명운동도 펼친 바 있다.

대리운전 시장은 2조~2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사업자들은 카카오 대리운전시장에 진입할 경우 이용자 및 대리기사 이탈로 줄도산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콜마너우리연합회 김범수 회장은 “전국적으로 대리운전 사업자가 3800개가 있는데 카카오가 진출하면 대부분 망할 수 밖에 없다”며 “카카오의 진출은 일부 업체가 대리기사들을 착취한 사실을 명분으로 대기업이 일자리 창출이 아닌 오히려 일자리를 없애는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국내 양대 포털인 카카오가 해외 및 새로운 시장 영역을 개척하는 게 아니라 기존 산업의 파이를 빼앗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온디맨드, O2O 등 카카오의 전략은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국내에만 집중하는 게 문제”라며 “국내 양대 포털이라는 지위가 있는 만큼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의 ‘온디맨드’ 전략이 모바일 기술로 기존 전통 산업에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 또한 적지 않다. 굳이 카카오가 아니더라도 산업 전 영역에서 기술발전에 따른 산업 재편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시각도 있다.

현행 법상 개인 사업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대리기사들은 무려 20~30%에 달하는 수수료와 복수 보험 강요 등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해왔다. 전국대리기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무엇보다 사업자의 정상적인 영업과 회사 운영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보수를 받길 바라는 게 기사들 입장”이라며 “합리적 시장 발전을 위해 교섭하고 좋은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대리기사뿐 아니라 사업자와의 소통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리운전이 기존 산업이라는 견해는 사업자의 관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게 카카오의 설명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용자와 서비스 종사자 등 이해 당사자 다수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서비스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을 사업자 중심으로 볼 것인지, 이용자와 서비스 종사자 중심으로 볼 건인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