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의 틱, 택, 톡] 몰디브, 너마저도..

스타뉴스 김재동 기자 2015.11.07 09:00
글자크기
압둘라 야민 몰디브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AFPBBNews=뉴스1<br>
압둘라 야민 몰디브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AFPBBNews=뉴스1


5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접한 몰디브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기사는 제법 충격이었다.

2000년도에 한번 여행을 다녀온 후 가장 인상깊은 여행지로 기억되던 곳이라서 안타깝기도 했다. 그 인도양의 보석같은 섬나라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손과 눈이 기사를 찾아 훑는다.

지난 2일 야민 압둘 가윰 대통령의 공관과 가까운 곳에 주차된 차에서 사제 폭탄이 발견됐고 또 다른 섬에서는 MP5 기관단총과 저격용 총 등의 무기들이 발견됐단다. 몰디브 당국은 대통령에 대한 암살시도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윰 대통령은 지난 9월 28일 부인과 함께 쾌속정을 타고 이동하다 배에 폭발이 일어나 부인과 경호원 등 3명이 다치는 사고도 당한바 있다고 한다.



알고보니 몰디브에선 금년 초 야당 지도자인 무함마드 나시드 전 대통령이 테러방지법 위반혐의로 체포돼 징역 13년형을 받은 일이 있었고 대통령 쾌속정 폭발사건으로 아흐메드 아데이브 부통령이 지난 10월 24일 암살기도 용의자로 체포되는 일도 있었단다.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몰디브 치안당국은 영장없이 압수, 수색, 체포, 구금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집회와 시위의 자유 및 파업권도 제한된다고 한다.



예전 기억이 맞다면 몰디브의 국토평균 해발고도는 1m 정도다. 그때 이미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을 전세계에서 가장 심각하게 걱정하는 나라였다. 해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외국에서 모래와 흙을 사다 복토를 하는게 일상이란 설명도 들었었다. 가장 큰 섬이자 수도인 말레가 길이 1.7km, 너비 약 1km 남짓이고 무수한 리조트들은 제각각 섬 하나씩을 차지하고 들어앉아 있었다. 내가 묵었던 리조트가 자리잡은 섬은 둘레 한바퀴 미음완보로 산책하는데 40분이면 충분했었다.

밤비행기로 말레공항에 떨어져 보트를 타고 숙소를 가면서 바라보았던 인도양의 밤하늘 풍경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리고 맞은 여행일정은 참 난감했다. 세상에 아무 짓도 안한다는게 그렇게 버거울 수 있구나를 실감했다. 밥먹고 수영장에 있다가 섬 한바퀴 돌다가 바다 한번 들어갔다가 낮잠 한숨 잤다가 정도로 하루를 보내는 일은 바쁜 서울살이가 몸에 밴 주제로선 감당하기 힘든 호사(?)였다.

유럽쪽 여행객들의 유유자적함을 배워보려 했지만 뭔가를 끊임없이 하고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몸뚱아리가 참 주체스러웠었다. 밤 해변에서 일행들과 술한잔하면서 낮게낮게 통키타 노래 불러보기를 시도했다가 시끄럽다는 민원에 단칼에 제압됐던 기억도 있다. 떠나올 즈음이나 돼서야 ‘몰디브스럽게 사는 법’을 살짝 맛보고나니 참 지상낙원이구나란 생각도 들었고 다시 만날 서울에서의 바쁜 일상에 두려움도 느꼈었다.


그러면서 만났던 몰디브 사람들은 참 선량했고 참 잘 웃었었다. “들꽃을 보라 수고도 하지않고 길쌈도 하지않지만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도 이 꽃한송이만큼 화려하게 차려입지 못했다”는 마태복음 구절속 들꽃처럼 그들에게선 행복의 아우라가 흘러나오곤 했다.

그런 나라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예전 우리나라에서 많이 듣던 영장없는 체포, 구금이 이루어지고 집회와 시위도 제한한다고 한다. 암살기도, 테러란 용어도 무리없이 사용된다.

결국 그 짧은 여행의 감동은 착각였나보다. 몰디브조차 ‘사람사는 동네가 다 그렇지’라는 절대명제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래도 ‘몰디브스럽게 사는 법’을 잠깐이나마 맛봤던 터라 많이 안타깝다. 몰디브가 다시 행복의 아우라를 복구하길 빌어본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