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면허시험' 따도, 주행이 문제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5.10.28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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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무비] '인생면허시험'…첫 결혼과 첫 이혼을 시작하는 두 남녀의 인생 적응기

'인생면허시험' 따도, 주행이 문제


결혼 21년 차인 문학평론가 웬디(패트리시아 클락슨)는 3번째 바람을 핀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요구받는다. 남편만 의지한 채 살아온 인생에서 새로운 시작은 그녀에겐 두려운 도전일 뿐이다. 운전 교습까지 하는 인도 이민자 택시 운전수 다르완(벤 킹슬리)은 늦깍이에 처음 본 인도 여인과 결혼을 준비한다.

첫 결혼과 첫 이혼. 모두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지만, 이를 보는 시각은 다르다. 다르완은 당연한 것인 양 결혼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반면, 웬디는 안절부절이다. 다르완은 이혼을 앞둔 그녀에게 필요한 용기를 운전에서 찾으라고 조언한다.



홀로 살아가야 하는 인생의 시작이 운전과 같을까.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눈에 들어오는 신호등에도 옴짝달싹 못하고, 끼어들기는커녕 좌회전 신호에도 벌벌 떨기 일쑤다. “운전은 자유를 선사하지만, 사람들의 돌발행동에 침착하고 여유롭게 대처하는 법도 배워야 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웬디는 포기를 결심한다. 초보 운전자가 내건 ‘3시간째 거침없이 직진중’이라는 문구처럼 그녀 역시 이혼을 포기하고 속앓이하며 직진을 계속해야할까, 아니면 용기를 내어 과감히 유턴을 시도해야할까. 다르완은 강요하진 않지만, 조용히 다그치며 ‘도로속으로’ 그녀를 밀어 넣으며 새로운 인생면허시험에 도전하라고 충고한다.



'인생면허시험' 따도, 주행이 문제
웬디 앞의 다르완은 인생의 고비를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안내하는 훌륭한 지도자 같지만, 그에게도 말 못할 고민은 있다. 관습으로 시작한 그의 결혼 생활도 쉽지 않기 때문. 음식 불평에 교육, 사교성까지 모든 게 불만투성이다.

인생면허는 그렇게 누구에게나 따기 쉬운 훈장이 아니다. 물질적으로 부유한 웬디는 정신적 공허함에, 정신적으로 안정된 다르완은 물질적 결핍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어느 부분에서도 치유 한 가락 필요한 이들은 그러나 운전이라는 가장 방해받지 않는 자유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간다.

운전의 재미를 느낄 때마다 웬디는 다르완에게 이성으로 다가가려 한다. 다르완은 그러나 정직한 남편의 모습을 잃지 않는다. 웬디가 결국 면허를 따는 날, 다르완은 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웬디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인생은 그래서 운전과 같다. 우여곡절 끝에 면허를 따도 실제 주행엔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을 휩쓴 여배우 패트리시아 클락슨과 아카데미상 수상에 빛나는 벤 킹슬리의 군더더기 없는 조화가 잔잔하지만 다소 깊은 울림을 준다.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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