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칫솔과 다이아몬드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15.10.27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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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칫솔과 다이아몬드


"만약 칫솔과 다이아몬드를 똑같게 취급한다면 칫솔은 덜 잃어버리겠지만 다이아몬드는 더 많이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J.F. 케네디 대통령의 국가안보 특별보좌관으로 활약한 맥조지 번디는 '과도한 비밀주의'에 대해 이렇게 우려했다. 모든 것을 비밀로 하게되면 정작 중요한 사안을 놓치게 된다는 의미다.

지난 25일 야당은 박근혜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비밀 테스크포스(TF)를 만들어 운영해왔다고 폭로했다. 규정에 근거하지 않은 조직을 만들고 청와대가 직접 업무보고까지 받았다는 의혹도 나온다.



정부는 현행 역사교육지원팀의 한시적 인력보강일 뿐 비밀조직이 아니라는 설명이지만 문을 걸어잠그고, 불을 끈 채 야당 의원과 취재진의 진입을 막아 의문을 키웠다.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각은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다. 과도한 '비밀주의'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진 탓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도 마찬가지다. 감염자가 확대돼고 전국이 메르스 공포에 떨면서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뉴욕타임즈 등 외신들은 "박근혜정부가 질병과 관련된 정보를 대중에 공개하지 않아 국민을 위험에 처하게 했고,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법당국으로 공이 넘어갔던 국정원 댓글사건이나 대통령 개인트레이너 논란을 빚은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 문제도 철저한 비밀주의로 의혹을 키운 사건이다.

댓글사건의 중심에 있는 국정원의 경우 '국가 안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논리로 접근을 막았지만 이번 사안의 주체는 교육부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새누리당은 야당에 "교육부 임시조직 건물에 급습해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야당이 TF사무실을 찾아간 것을 '급습'이라고 보긴 힘들다.


박 대통령은 최근 '역사 바로세우기' 명목으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진행 중이다. 야권으로부턴 선친인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을 재평가하려는 것이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전력투구에 나서면서 한해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예산안 논의와 박근혜정부 핵심 과제인 4대개혁은 뒷전으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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