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총수로 전면에 나서면서 드러난 특징 중 하나는 이런 실용성이다. 삼성은 삼성전자 본사 기능을 현재의 서초사옥에서 공장이 있는 수원으로 옮기는 문제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오래 전 이미 삼성전자 본사 기능의 수원 이전을 제기했지만 그럴 경우 인력이탈 등이 우려돼 고심했다고 한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성은 그룹 전용기를 대한항공에 매각하기로 한 것이나 업무용 차량을 대형 세단 ‘에쿠스’에서 ‘체어맨’으로 바꾸는 것 등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된다.
그러나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성의 의미를 이 정도로 해석한다면 그건 단견에 불과하다. 요즘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이 보여주는 실용주의에는 더 깊은 뜻이 있다. 다른 기업들은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에 당초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7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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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실증분석을 토대로 한 번 매출이 정체된 기업이 2~3년 계속 정체될 확률은 60~70%에 달한다고 지적한다. 또 기업의 매출 정체가 3~4년 지속되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한다. 1997~1999년 외환위기 때도 성장세를 지속한 삼성전자는 2013년 매출액이 정점을 찍은 이래 2014년 크게 떨어졌고 올해도 하강 정체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내년 전망도 어둡다.
성장절벽 또는 매출절벽 앞에 선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이 선택할 길은 많지 않다. 연간 50조~100조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획기적 신사업이 있다면 절벽을 가볍게 뛰어넘겠지만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설령 구글의 무인차나 스마트안경, 인공지능 분야를 삼성이 갖고 온다 해도 당장은 큰 도움이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이 선택할 길은 한 가지 밖에 없다. 매출감소와 수익감소를 현실로 받아들여 허리띠를 졸라매고 다운사이징을 하는 것이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주의에 담긴 깊은 뜻은 바로 이것이다. 부동산도, 유휴인력도, 하다못해 자신이 타고 다니는 비행기와 자동차도 줄일 수 있으면 줄여서 최대한 현금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마련한 현금으로 앞으로 다가올 위기를 버텨낸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모든 게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은 위기대응전략을 확실히 정한 것 같다. 1등 삼성이 이런 계획이라면 국내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