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익 때문에 꼼수 쓴 기업들…거짓말의 경제학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15.10.17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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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기업의 거짓말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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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독일 폭스바겐의 ‘클린 디젤’의 꿈이 거짓말로 인해 무너졌다. 최근 폭스바겐은 배기가스 저감장치 소프트웨어 조작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쌓아 온 신뢰와 정직의 독일차 이미지에 큰 먹칠을 했다.

일명 ‘디젤게이트(Dieselgate)’로 불리는 이번 사태는 배기 가스 규제가 강한 미국의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매연 저감 장치의 소프트웨어를 조작해서 매연 측정시에만 낮은 수치가 나오도록 눈속임을 한 것으로 밝혀져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그동안 독일연방정부는 제품의 품질 인증 슬로건 ‘Made in Germany’ 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의 윤리경영 등 사회적 책임을 뜻하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연계해 ‘CSR–Made in Germany’로 추진 중이었는데, 이번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정부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폭스바겐은 현재 폭스바겐, 아우디, 벤틀리,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을 그룹 산하에 가지고 있는 거대 자동차그룹이다. 이런 기업이 굳이 거짓말까지 하면서까지 미국시장에 진출하려고 했던 이유는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고 대체연료 자동차 개발이 활발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기업이익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중인 온실가스 배출 규제는 자동차 성능은 유지하면서 배기가스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 자동차 산업구조의 개편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이유로 작년 기준 디젤차량 비중이 1%밖에 안되는 미국시장 공략을 위해 ‘클린디젤’을 강조해 온 폭스바겐은 디젤 차량으로도 미국의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할거라 자신했지만, 결국 조작을 통해서만 경쟁력 있는 엔진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는 디젤의 패배로 기록될 역사적 사건이 될 듯하다.

현재 불법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차량을 전 세계에 1100만 대나 판매했고 미국시장에서 제타, 비틀, 골프, 파사트와 아우디 A3 등 2008년 이후 생산된 디젤차량 48만2000대를 리콜하고 최대 180억 달러(약 21조 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거짓말로 인한 비용부담이 천문학적이다.

또한 자동차 전문 미디어 ‘워즈오토(WardsAuto)’는 폭스바겐과 아우디를 대상으로 '10대 엔진' 선정 자격 박탈을 검토 중이며, 폭스바겐이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신청한 2016년 신형 디젤 자동차 성능증명을 철회해 당분간 디젤차량 판매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폭스바겐 그룹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폭스바겐은 1937년 베를린에서 창업했으며 현재 본사와 메인 공장은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해 있다. 1938년에 ‘국민 자동차’를 대량생산 하려는 아돌프 히틀러 계획의 일환으로 볼프스부르크에 공장을 건설하면서 자동차는 독일의 대표적인 산업으로 손꼽혔으나, 히틀러가 후원한 국민자동차가 70여년에 지난 지금 폭스바겐의 거짓말로 인해 세계에 큰 충격을 주면서 독일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2007년 '워싱턴포스트'가 뽑은 최악의 거짓말 1위는 당시 영국 총리 네빌 챔벌린를 만나 "체코슬로바키아 일부 지역의 점령을 인정해주면 전쟁은 일으키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어기고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 였다는 사실이다.



이번 폭스바겐의 속임수는 고의적이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범죄행위로 받아들어지고 있으며, 독일 산업 전반에 걸친 신뢰성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에게 거짓말한 댓가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쏟아 부어야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거짓말로 인해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거나 도산에 이른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적지 않은 사례가 있다.

폭스바겐 사건이 터지기 바로 전인 올해 5월, 일본은 도시바의 분식회계로 인한 회계부정으로 전 열도가 들끓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런 분식회계를 하게 된 것은 도시바의 가전제품 실적 저하와 2011년 대지진 후 원전사업부 수익성 악화로 인해 경영진의 조바심이 작용한 까닭이다.



처음 조사할 당시보다 분식회계 규모가 늘어나서 도시바는 9월7일 지난 7년간 총 2248억 엔(약 2조1000억 원)의 이익을 부풀렸다고 발표했다. 결국 전·현직 사장단 3명이 사퇴하고 앞으로 16명의 임원 중 절반이상이 교체될 예정이며, 부과될 과징금 또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1950년에 설립된 일본의 유키지루시(雪印) 유업은 2000년 6월 유키지루시의 저지방 우유를 마신 약1만5000명이 식중독에 걸리는 최악의 식중독 사태를 시작으로 하여 2002년 1월 자회사인 유키지루시(雪印) 식품에서 수입쇠고기 30톤을 자국산 쇠고기로 위장하여 정부기관에 매각한 사실까지 드러나 결국 회사 문을 닫은 바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기업사기와 부패의 상징이 되버린 2001년 엔론(Enron)사 회계부정 사건이 있었다. 거대 에너지회사였던 엔론은 회계 장부를 조작해 부채규모를 줄이고 이익을 과대 계상하는 방식으로 부정을 저질렀다. 이로 인해 2001년 12월 회사는 파산했으며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미국 뿐 아니라 세계경제의 불안을 초래했다.



1978년에 발생한 포드자동차 '핀토 사건' 역시 기업의 비윤리성이 크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포드 핀토(Ford Pinto) 자동차는 트렁크 아래 연료탱크를 보호하는 구조물이 없어서 후면 추돌시 연료탱크가 폭발하는 결함이 있음을 경영진이 알고도 안전장치를 달지 않고 판매해 수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했다. 결국 250만 달러의 손해배상금 이외에 1억2500만 달러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평결을 받았고, 그 후 기업이미지 손상으로 미국시장에서 실적이 급감했다.

작년에는 영국 최대 유통기업인 테스코가 상반기 영업이익을 2억5000만 파운드(약4400억 원) 부풀렸다가 들통이 나서 지난 6월 영국 소비자 만족도에서 8개 대형마트 중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결국 지난해는 1919년 창업이후 최악의 실적을 내서 세전 63억8000만 파운드(약11조20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경영정상화를 위해 한국 홈플러스를 국내 사모펀드 MBK에 팔기까지 했다.

이렇게 기업의 꼼수가 범죄로까지 발전하게 되면 기업은 물론 소비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겨주는데도 기업의 거짓말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경영진들 사이에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깊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거짓말로 인한 범죄는 의사결정권을 가진 일부 최고경영진이나 관련 기술자만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아 잘 드러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양치기 소년처럼 작은 거짓말로 시작한 속임수가 통하게 된다면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거짓말을 계속하게 되고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어져 통제력을 잃게 된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면 소비자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회복될 수 없게 돼 결국 도산의 길로 가는 급행열차를 타고 만다. 근로자는 직장을 잃어 실업자가 되고, 많은 수의 계열사와 하청업체는 파산하며, 자금을 대출해준 금융기관과 투자자는 자금회수를 못하게 돼 국가경제에 큰 타격을 미치게 된다.

이처럼 거짓말을 앞세운 기업의 꼼수는 황금으로 된 독배일 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4년10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바라는 기업의 이미지도 일자리창출 등 경제적 책임(25%)을 제치고 윤리적 책임이 중요하다는 답변이 43%나 차지하고 있다.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 지속가능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야 하며 이는 윤리경영이 기본이 돼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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