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디턴 교수 "부자들이 규칙 만들고 복종하는 세상 우려"

머니투데이 프린스턴(미국)=서명훈 특파원 2015.10.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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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기자회견서 "기후변화·소득불평등 걱정"… '불평등, 성장통해 해결' 지론 강조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가 12일(현지시간) 알렉산더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사진=서명훈 특파원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가 12일(현지시간) 알렉산더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사진=서명훈 특파원


“부자들이 규칙을 만들어 나가고 나머지는 이에 복종해야 하는 것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의 말이다. 그는 12일(현지시간) 프린스턴대학 알렉산더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와 소득 불평등은 여러 나라에 걸쳐 있는 문제인데다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걱정스러운 부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디턴 교수가 평소 경제발전과 개인이 느끼는 행복감과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연구에 매진해 온 점을 감안하면 소득 불평등만큼이나 ‘부자들이 만든 규칙’이 사회 문제가 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자들이 만든 규칙이 소득불평등을 더 악화시킬 수 있고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성장을 통해 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론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는 “세상이 점점 더 좋은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논쟁에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며 “지난 200년간 세상은 궁핍한 상태에서 우리의 능력과 재능을 보다 완전히 표현할 수 있는 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으로 변했다”고 강조했다.

디턴 교수는 지난 2013년 펴 낸 저서 ‘위대한 탈출: 불평등은 어떻게 성장을 촉진시키나’에서 중국과 인도를 사례로 제시하며 성장 과정에서 불평등이 심해질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가난에서 탈출하면서 전세계 빈곤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적당한 불평등이 인센티브로 작용, 경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기자회견에 앞서 진행된 전화 인터뷰에서도 “절대 빈곤층은 지난 20~30년간 가파르게 감소했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며 “이같은 주장이 맹목적인 낙관론처럼 들리지 않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황은 지속적으로 호전될 것이지만 우리가 아직 숲을 빠져 나오지 못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며 “전세계 많은 이들은 여전히 아주 나쁜 상황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은행(WB) 통계를 인용하며 7억명이 여전히 절대 빈곤 상태에 있고 인도 어린이의 절반은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현재 연구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디턴 교수는 “미국 중년층의 사망률이 높아지고 있는데 소득불평등과 낮은 경제성장률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노벨상 수상자 선배에게 이메일을 받았는데 ‘시간 관리에 성공하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며 “빨리 연구로 돌아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노벨상 디턴 교수 "부자들이 규칙 만들고 복종하는 세상 우려"
가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털어놨다. 디턴 교수는 “대학생이 된 후에도 돈이 부족했고 주위 사람들은 학업을 그만 둬야 한다는 말을 종종 했다”며 “하지만 부모님의 생각은 달랐고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디턴 교수의 아버지는 소득이 낮은 광부였지만 자식에게 좋은 교육를 주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연봉보다 더 비싼 사립학교에 그를 입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디턴 교수는 한국 특파원들로부터 한국의 불평등 진전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어 “(소득 불평등은)유럽도 겪고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앞서 디턴 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유럽 난민사태에 대해 “지금 우리는 수백년간 불평등하게 성장한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를 보고 있는 것”이라며 부유한 유럽 국가와 가난한 중동 국가의 소득 불평등이 “(유럽연합의) 국경에 엄청난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해법에 대해서는 “가난한 나라의 빈곤이 줄이는 게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정치적 불안정을 해소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불평등도 커지고 있다는 질문에는 “많은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은 환영한다”며 “다른 나라에 대해 정책적 권고는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디턴 교수는 이날 새벽 6시10분(동부 기준)에 노벨위원회로부터 수상 소식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신도 내 나이 정도가 되고 오랜 기간 연구를 했다면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상을 받을 만한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뜻밖의 수상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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