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제43회 국제기능올림픽 대회 메카트로닉스 부문에서 한국 선수로는 14년만에 금메달을 차지한 박성제(20) 삼성전자 사원/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에 도착하니, 앳된 청년이 웃으며 마중을 나왔다. 짧은 스포츠머리에 수줍은 표정을 짓는 이 청년은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 같았으나, 어엿한 2년차 '삼성맨'이다. 지난 8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제43회 국제기능올림픽 대회 메카트로닉스 종목에서 한국 선수로는 14년 만에 금메달을 차지한 박성제(20) 사원.
메카트로닉스는 전기·전자 장치, 컴퓨터 제어 프로그램 장치 등을 이용해 자동화 공정 시스템에 필요한 제어와 유지 및 보수작업을 구현하는 직종이다. 제품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조립이나 모형을 만들기 위한 공정과정 프로그램을 직접 짜는 것으로 대부분의 공정에서 꼭 필요한 작업이다.
박 씨는 "학교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내가 보다 관심 있게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면서 "기계를 직접 만지고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특성화고에 진학하는 것이 나에게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부터 타고난 '기술자'는 아니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전국기능대회에 처음 출전해 0점을 받았다.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성적이 형편 없자 그는 포기를 결심했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만류로 심기일전해 마음을 잡고, 이후 입시를 준비하는 여는 고3 수험생 못지 않게 기술 '장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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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입사한 후 올림픽이 끝나기까지 약 2년 동안 하루 평균 꼬박 12시간 이상을 연습하는 시간에 쏟아부었다"며 "지난 2년 동안 주말에도 훈련을 했고, 명절에도 창원에 있는 집에 내려가지 않고 연습에 몰두했다"고 했다.
이러한 훈련과정이 있었기에 그는 브라질 올림픽에서도 당당히 우승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시 장비 불량 문제로 불리한 여건 속에서 경기를 치렀지만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해 오히려 다른 참가자들보다 더 빨리 주어진 과제를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박 씨는 "단선이 된 불량 부품이 지급됐는데, 장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며 "남들보다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침착하게 경기를 치렀고 그 결과 오히려 30분 정도 남들보다 더 일찍 과제를 풀어냈다"고 말했다.
올림픽이 끝난 지금 그는 벌써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박 씨는 국제기능올림픽 심판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와 같이 삼성전자 기능올림픽 선수로 활약한 '입사동기' 일부가 사업장을 선택한 것과 달리 국제기능올림픽 팀에도 그대로 남았다. 그의 뒤를 이어 메카트로닉스 부문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후계자'를 키우기 위해서다.
박 씨는 "내가 지도한 후배가 다음 기능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도교사로 남게 됐다"며 "내가 훌륭한 선생님들 밑에서 배우면서 좋은 성과를 냈던 만큼 나도 좋은 지도교사로서 후배들을 가르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