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노조선거, 강경파 득세하나…조선업계 관심집중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15.10.08 16:03
글자크기

강경파 경선에서 현 집행부 탈락

지난달 17일 울산 태화강 둔치에서 진행된 조선업종 노조연대 파업집회 현장/사진=강기준 기자지난달 17일 울산 태화강 둔치에서 진행된 조선업종 노조연대 파업집회 현장/사진=강기준 기자


임금인상을 목표로 파업행진을 이어오던 현대중공업의 현 노동조합 위원장이 차기 위원장 내부 경선에서 탈락했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노조원들의 불만이 표출된 결과다.

이에 따라 노조 선거와 차기 집행부의 고강도 투쟁 여부에 조선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날 현대중공업 차기 노조위원장 후보 경선에서 백형록 후보가 정병모 현 위원장을 누르고 후보로 결정됐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다수의 계파가 집행부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여당격인 현 집행부는 분과동지회로서 계파 중에서도 강성으로 꼽힌다. 백형록 후보는 ‘전진하는 노동자회’ 의장이다. 5명이 참여한 경선에서 연임에 도전한 현 위원장은 초기에 탈락하며 결선투표에조차 나서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기본급 13만2013원 인상 등을 요구했지만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3조원대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등 경영난이 가중되자 기본급 3만7000원 인상에 직무환경수당을 1만원 얹어주는 조건을 수용했다.

올해 임금협상에서도 기본급 12만7560원 인상을 주장하며 20년만에 파업을 주도하고 단식투쟁에까지 들어간 상태다. 조선업계는 정 위원장이 강경파 조합원의 경선에서 탈락하면서 향후 투쟁 수위가 더 높아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반대 시각도 있다.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노조 내 온건론 확산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강경파에 맞서는 온건파는 아직 후보를 확정하지 못했다.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 노조 위원장 선거와 집행부 구성을 단순히 현대중공업 현안으로만 보지 않는다. 조선업계 노조 활동의 핵심 동력이 현대중공업 노조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두 차례 있었던 조선업종 노조연대 공동파업은 현대중공업의 현 집행부가 주도했다. 저조한 참여 속에 사실상 실패로 끝났지만 조선업계 경영에 위기감을 배가시키기에 충분했다.

업계에서는 사상 최악의 경영위기에 빠진 가운데 현대중공업 노조선거 이후 강경투쟁이 더 가속화될 경우 위기가 더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다음주 구체적인 선거일정을 정해 이달 말까지 차기 위원장 선출을 끝낼 계획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강경파 내에서조차 강성인 현 집행부를 불신임했다는 건 노사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을 말해준다”며 “강경일변도 투쟁에서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쪽으로 조합원 인식이 바뀌기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