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막을 수 없는 중국자본, 관리가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5.10.0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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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막을 수 없는 중국자본, 관리가 필요하다


"중국 자본의 한국 침투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체계적인 관리는 필요합니다."

대형 증권사에서 중국 쪽을 담당하는 직원의 말이다. 이미 중국 자본은 벤처투자, 코스닥 기업 유상증자 참여, 우회 및 직접 상장 등 다양한 형태로 국내 시장에 침투해있다. 특히 올해는 코스닥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까지 10여곳의 기업이 최대주주가 중국계로 바뀌었고 최근에도 몇몇 중국 기업이 우회 상장할 코스닥 기업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한동안 중국 기업의 코스닥 기업 사냥은 지속될 것이란 게 IB(투자은행)업계의 의견이다.



문제는 자본의 투명성이다. 중국 기업이 국내 코스닥 기업의 지분을 취득할 때 재무사항과 휴·폐업 여부, 감사의견 등 기본적인 사항 외에는 밝힐 의무가 없다. 중국 자본이 중간에 SPC(특수목적법인)이나 한국 법인을 거쳐 들어오면 자본의 원류를 추적하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문에만 의지해 관련 기업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는 투자자가 생겨나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은 중국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만으로도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제대로 된 정보없이 무턱대고 호재라고 생각해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는 것이다.



업계는 활발해진 중국 자본의 침투 원인을 취약한 국내 벤처 자본시장에서 찾는다.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투자금이 필요한데 이를 조달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이다. 이에 중국 자본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것이다. 중국 자본에 넘어간 많은 기업이 시총 1000억원이 안 되는 IT(정보기술)기업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국과 사업을 시작한 기업 관계자는 "중국 거대기업에 200억~300억원은 큰 돈이 아니다"며 "'메이드 인 코리아'를 달고 중국에 역수출하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IT업계는 새로운 투자처를 확보했지만 기술 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 회사를 키우기보다는 가진 기술과 자본을 빼가고 회사의 규모를 축소한 뒤 빠지는 것이다. 일명 '먹튀'다. 국내 주식 투자자들은 이미 먹튀에 당한 경험이 있다. 4년 전 국내에 상장한 중국 기업 고섬은 2100억원을 국내에서 공모했지만 상장 2개월 만에 회계 부정에 휩싸였고 결국 상장 폐지됐다.


관계자들은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미 중국 자본의 침투가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된 만큼 이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자본 수혈과 함께 중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에서는 적극적인 중국기업의 상장유치가 자본 양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자본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과 투자자 보호다.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중국 자본의 무차별적 유입에 대응할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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